‘예타 패싱’엔 여야가 따로 없다. 지난 23일 민주당이 서울지하철 5호선 경기 김포 연장 사업의 예타 면제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같은 날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 창원 청주 천안 등 인구 50만명 이상 비수도권 광역교통시설 확충 사업의 예타 면제 법안을 발의했다. ‘1호선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 등 사업비조차 제시하지 않는 날림법안도 수두룩하다. 논란이 일고 있는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아예 여야 지도부가 짬짜미로 연내 제정에 합의했다. 2년 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졸속처리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연상케 한다.
경제적 효용성 없이 매표 수단으로 전락한 대규모 국책사업은 재정의 블랙홀로 작용한다. ‘예타패싱’이 늘어날수록 나라 살림은 황폐화되기 마련이다. 지금 재정 상황은 문 정부 시절의 방만한 씀씀이 탓에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예타 면제를 남발하지 않도록 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면제 사업이라도 최소한의 비용편익 분석을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되돌릴 수 있는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철저한 사후평가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