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국민 평균지능지수가 세계 최상위급인 102로 G8국가로 발돋움하며 국제사회에 원조하는 강국이 됐다.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에 몰두하는 어린이들이 많은데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물질문명으로 일그러져 가는 가치관, 입시위주 교육제도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마음껏 뛰놀며 펼쳐야 할 어린이들의 소중한 꿈을, 제 자식만 금쪽 같이 키우려는 어른들의 탐욕이 망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진 ‘교육개혁 백가쟁명’이 오히려 교육을 망쳐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는데 존경은커녕 교권추락으로 교실에서 반인륜적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니 그들이 커서 어찌될지 두렵다.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어릴 때부터 여유롭게 미래를 상상하도록 해줘야 그 가능성을 크게 할 수 있다. 그 특기를 찾아내고 계발하도록 이끄는 일이 국가와 사회의 임무다. 그림 잘 그리는 어린이에게 가수가 되도록 종용하면 불후의 미술가가 될지도 모를 인재를 엉뚱한 길로 이끄는 일이다. 축구영웅으로 가는 길도 자랑과 영광이지만, 문학적 지각과 감성이 있다면 그 길을 가도록 열어주어야 이름 없이 크더라도 진정 행복할 수 있다. 너나없이 부모들은 봉사정신이 없는 자식을 억지로 ‘의사의 길’을 가도록 종용하여 인생을 평생 시달리게 만들려 한다. 누구나 가고 싶은 길을 가야 능력을 발휘하고 보람을 느낀다.
코이(비단잉어)는 어항에서 먹이를 받아먹으면 5~8㎝ 정도, 흐르는 강에서는 25㎝ 정도 자라고, 드넓은 바다에서는 120㎝ 까지 큰다. 김예지 의원은 약한 시력으로 어항의 잉어가 바다로 나가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전투구에 지친 의원들의 머리를 잠시나마 식혀줬다. 자식 입시에 양심까지 내던진 부모들은 자식들이 대해로 나아가 모험심을 기르기보다, 편한 어항에 들어가 끼리끼리 먹이를 나눠먹도록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다. 입시지옥을 뚫고 어항에 들어가 갇히도록 이끄는 길은 자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갉아먹는 셈이다.
학생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도록 어렵더라도 똑바로 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테세우스는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로 가면서 편안한 길보다 험로를 택해 7가지 고난을 사선을 넘으며 돌파해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기수, 묘수, 꼼수가 아닌 정수를 가르쳐야 잠재된 능력을 깨우칠 수 있다. 전에 어떤 학원에서 원칙이 아니라 잔꾀를 부려야 하는 수학문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이 진학하려는 대학의 수학교수들도 처음 보면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어디선가에서 베껴다 놓고 1타 강사는 의기양양했다고 한다. 비싼 강사료를 받고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는 셈이다. 소위 ‘킬러문항’ 출제는 교육이라기보다 학생을 골탕 먹이는 짓 아닐까?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잔꾀가 아닌 문제해결 기초능력을 키우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생을 뽑을 때 암기력보다는 사고력, 창의력을 더 중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어떤 소질과 장점이 있는지를 계발하고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마다의 고유한 사고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방향을 터줘야 한다. 사유의 날개를 멀리 펼치게 만들려면 힘들어도 바른 길을 향해 가겠다는 자세를 길러줘야 힘차게 나아가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처럼” 뻗어나야 할 어린이, 청소년들의 꿈을 미리부터 웅크리게 만드는 입시지옥 개혁이 절실하다. 어린이들끼리 서로 이기려들기보다 자신의 시야와 사고력을 넓히는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의 밑바탕이 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무엇보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다 어항에 들어가 그들만의 배타적 놀이에 안주하다보면 생각의 넓이와 높이를 키우지 못한다. 교권확립을 통해 스승을 우러르는 풍토를 조성해야만 그 어린이들을 나라의 동량으로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