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 제동 걸린 카카오, '쩐의 전쟁' 돌입하나

신주 발행 불발…향후 전략은
하이브에 승기 내줬지만 반전 모색
공개매수·블록딜 카드 놓고 고심
'8975억 사우디 실탄' 부족 부담에
주총·공정위 심사 결과 내심 기대
  • 등록 2023-03-06 오전 6:40:00

    수정 2023-03-06 오전 6:40:00

[이데일리 윤기백 유준하 기자] 카카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SM 인수전의 유리한 고지를 하이브에 내주게 된 것이다. 앞으로 카카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유성)는 이수만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수만은 지난달 8일 SM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1119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신주 및 1052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자 이에 반발해 법원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은 SM의 카카오 대상 신주·CB 발행에 대해 자금 수요와 조달이 구체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꼬집었다. 결정문을 보면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 하락이나 지배권 약화 등 불이익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전략적 제휴 및 자금 조달 방안들을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SM 지분 확보에 나섰던 카카오의 계획이 실패한 셈이다. 이에 카카오의 미래 사업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과 IT 기술, SM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글로벌 엔터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시장은 카카오가 SM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 매수나 지분을 많이 가진 주주들을 상대로 블록딜을 통해 SM의 지분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사우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 2000억원의 실탄을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하이브(19.43%, 갤럭시아에스엠·이수만 풋옵션 포함)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SM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개매수가(13~15만원)에 따라 적게는 9286억원에서 많게는 1조 714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1차 납입금인 8975억원만 수중에 들어온 상태. 투자금 대부분을 SM에 쏟아붓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카카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와 SM이 결합하면 국내 K팝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식한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불허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카카오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관계자 또한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도 그만큼 카카오의 고심이 깊다는 증거다.

카카오와 손잡은 현 SM 경영진은 주주총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팬들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SM 3.0’ 시대를 열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SM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반전을 위해 추가 폭로를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수만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결정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SM 직원들을 대상으로 낸 메시지에서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며 직접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이브 역시 이에 화답하듯 “당사는 SM의 최대주주로서 이번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이브 또한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 온 역량을 집중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지분 확보 여부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며 “주주총회가 가장 중요하며 주총에서 실제로 지지를 얻어야 저희가 원하는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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