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유성)는 이수만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수만은 지난달 8일 SM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1119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신주 및 1052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자 이에 반발해 법원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은 SM의 카카오 대상 신주·CB 발행에 대해 자금 수요와 조달이 구체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꼬집었다. 결정문을 보면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 하락이나 지배권 약화 등 불이익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전략적 제휴 및 자금 조달 방안들을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SM 지분 확보에 나섰던 카카오의 계획이 실패한 셈이다. 이에 카카오의 미래 사업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과 IT 기술, SM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글로벌 엔터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문제는 카카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하이브(19.43%, 갤럭시아에스엠·이수만 풋옵션 포함)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SM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개매수가(13~15만원)에 따라 적게는 9286억원에서 많게는 1조 714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1차 납입금인 8975억원만 수중에 들어온 상태. 투자금 대부분을 SM에 쏟아붓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카카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와 SM이 결합하면 국내 K팝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식한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불허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카카오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관계자 또한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도 그만큼 카카오의 고심이 깊다는 증거다.
한편 이수만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결정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SM 직원들을 대상으로 낸 메시지에서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며 직접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이브 역시 이에 화답하듯 “당사는 SM의 최대주주로서 이번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이브 또한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 온 역량을 집중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지분 확보 여부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며 “주주총회가 가장 중요하며 주총에서 실제로 지지를 얻어야 저희가 원하는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