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계속되는 약세장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세창을 안 본 지 오래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올해 들어 ‘원화채굴’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금리 인상기인 만큼 투자보단 월급을 비롯한 근로소득으로 종잣돈을 모으겠다는 의미다. 원화채굴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쓰이던 ‘채굴’이라는 단어와 원화가 합쳐진 말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코스피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대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그만큼 사그라들은 모양새다. 특히 이날 코스피 지수가 연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향한 시장의 의구심, 즉 여전한 물가 우려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아직까지 반등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점 역시 시장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코스피 지수 연중 최저점…뚝 떨어진 거래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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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7%(33.70포인트) 내린 2610.8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으로 지난 1월27일 종가 2614.49보다 낮은 수치다. 장 중에는 2606까지 떨어졌으나 2610선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한 셈이다.
이날도 개인의 나홀로 순매수세는 이어졌다. 개인은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하는 가운데 이날 3395억원 어치를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265억원, 143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의 거래비중은 이날도 60%를 차지했다.
특히 기관의 경우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기관은 이달 들어서만 누적 기준 9885억원을 팔았다. 이는 같은 순매도세를 보인 외국인의 매도액 6247억원 대비 1.5배 수준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많이 빠졌는데 올해 내내 대형주가 안 좋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거의 빠지질 않았는데 중소형 종목에서 투매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 지수가 줄곧 약세였지만 투매에 따른 하락은 아니었다”라며 “오늘과 같은 투매가 향후에도 몇 차례 이어진다면 수급적으로 바닥을 논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반등 모멘텀 부재 속 정치적 변수는 산더미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에게 못미더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서 “FedWatch에서 추산한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7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82.9%로 여전히 높다”고 짚었다.
연준을 향한 의구심 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정책 등 정치적인 변수 역시 산더미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맞이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정책 고수가 정치적 사항인 만큼 예측이 어려운 투자 환경에 놓여있다”면서 “이들 요소는 물가 상승 요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오는 11일 발표 예정인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물가가 적어도 두 달 연속 안정세를 취해야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생길 것”이라며 “이번 주 CPI가 그렇게까지 우려스럽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표를 확인한 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고점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물가 상승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11일 발표되는 4월 미국 CPI 상승률은 3월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음을 증명해 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연말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고물가 실물경제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