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방지·지역주의 타파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급

대한민국,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
소선거구제, 선거비용·대표성 높지만 사표 발생·민심 왜곡
노무현도 주장한 '중대선거구제'…사표 방지·민심 반영 유리
"제3정당 정치력 따라 중대선거구제 성패 갈려"
  • 등록 2022-05-03 오전 6:00:00

    수정 2022-05-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근간으로 하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가 한국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 거대양당은 다당제의 출현을 저지하기 위해 갖은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현 제도인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2020년 총선은 국내 정치사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케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해당 모델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모델을 참고했다. 독일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를 50%씩 혼합해 의회를 운영한다.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나눈 다음 지역구 승률로 비례의석을 보정받는 탓에 위성정당의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를 통해 소수정당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

하지만 국내 거대양당은 국내 선거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이란 전무후무한 편법을 동원했다. 의석수 확보란 명분에 휩싸여 선거제도 개편 취지는 무시했다. 그 결과 거대양당 체제는 심화됐고, 민주당은 과반을 넘는 무소불위의 ‘거여(巨與)’로 재탄생했다.

여야가 오는 6ㆍ1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를 시범 도입하기로 합의한 지난 4월 14일 오후 기초의원 3인을 뽑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구의원 후보 선거 사무실 외벽 현수막에 ‘우리 동네 구의원은 3등까지 당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연합뉴스)
현 선거구제는 지난 1988년 13대 국회부터 시작됐다. 최다 득표를 한 후보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는 선거비용과 국정안정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을 보인다. 다만 표심 왜곡과 지역구도를 심화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49.3%)과 국민의힘(40.9%)의 득표율 격차는 8% 포인트 정도에 불과했지만, 의석수(253석, 비례제외)는 163석(64.4%) 대 84석(33.2%)으로 30% 이상으로 벌어졌다. 또 ‘호남=민주당’, ‘영남=국민의힘’의 틀이 선거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탓에 사표를 줄이고 지역주의를 타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중대선거구제 도입론자다. 그는 대통령 취임 첫해 국회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지역주의 극복은 투명한 정치, 국민참여 정치와 함께 정치개혁의 3대 과제이자 가장 핵심”이라며 “한 지역구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대연정’을 카드로 다시 한 번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촉구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비교해 유권자의 사표를 방지하고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역주의 구도 타파와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로 다양성 확보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정당의 복수공천으로 중대선거구제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가령 2인 선거구가 4인으로 늘어나도 그만큼 거대양당이 입후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소수정당의 진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영향력 있는 제3정당의 확보가 중대선거구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주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20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에서 협력적 입법이 촉진되는 정도는 어떠한 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와 지위를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며 소수정당의 정치력을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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