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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도 문 정부에서 임직원 수가 크게 늘어난 대표적 공공기관 중 하나다. 2018년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1127명이어었던 직원 수는 3배 가까이 늘어 3175명이 됐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2년 가까이 경마장을 운영하지 못하면서 주 수입원인 마권 판매 수입이 끊긴 마사회는 인건비 등 확 늘어난 고정비용을 충당하려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내건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총대를 멨던 공공기관들이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늘려버린 인력을 단기간 내 줄일 방법도 없어 이대로 가다간 공공기관의 부실화가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 기능과 역할을 조정해 덩치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공공기관 19곳 생기고 35곳 직원 수 2배 이상 `껑충`
이데일리가 2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서 368개(부설기관 20곳 포함) 기관별 공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 신규 설립·지정된 기관이 19곳이, 직원 수가 2배 이상 늘어난 곳도 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를 앞세운 문 정부 정책의 여파다. 문재인 정부는 100점 만점의 기관별 경영평가에서 일자리 창출에 개별 경영관리 항목 중 가장 많은 5~6점을 부여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국도로공사 상황도 비슷하다. 5년 새 자체 인력을 1.5배(3087명) 늘린 것은 물론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2019년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를 설립했다. 이곳엔 작년 말 기준 6317명이 근무 중이다. 한국철도공사도 같은 기간 임직원이 4000명 남짓 늘린 것은 물론 자회사 규모를 대폭 늘렸다. 철도시설물을 관리하는 자회사 코레일테크(주)는 청소·경비용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59명이던 임직원 수가 6317명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101명이던 코레일로지스(주)도 지난해 말 839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한전은 2016년만 하더라도 저유가에 힘입어 12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후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다. 2018~2019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다시 5조8600억원이란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1분기만 5조원 이상의 영업적자, 연간으론 최소 1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의 부채 역시 2016년 말 105조원(부채비율 143)에서 146조원(223%)으로 41조원 늘었다. 이 상황에서 연 인건비 부담도 1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인위적 구조조정 난망…“기능 효율화·고용 유연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의 존재 의미 자체를 재점검해 기관 통폐합까지 염두에 두고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늘어난 인력은 고용 유연화를 통해 적재적소에 배치해 효율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부실화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하며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 재출범했다. 신설 광해관리공단은 보유 광산의 수익성 개선과 맞물려 지난해 두 기관 합산 매출 상승과 함께 당기순이익도 흑자 전환한 바 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빠른 변화에 발 맞춰 공공부문을 감축하거나 구조조정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 민관협의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기관별 기능 점검은 해 왔으나 300여 전 기관을 대상으로 그 업무 기능을 점검한 적은 없다”며 “이 과정에서 조직논리에 의해 유지돼 온 전통 기관의 통폐합까지 염두에 둔 전반적인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정부에 각 기관 기능조정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현 정부는 이에 소홀했다”며 “공공기관 각각의 현 업무가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 다른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고 그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새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강한 의지와 추진체계를 갖추고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고용 유연화를 통해 근로자도 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적재적소에 배치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신완선 교수는 “노동 경직성은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며 “공공기관이 앞장서 직원들의 기관 간 이동이나 민간으로의 이동을 활성화해 고용 유연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 교수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경험 많은 인력을 기존 보직에서 자문·프로젝트 인력으로 옮기는 식으로 인사관리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