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중심에 선 K문학

日·영미권 넘어 남미서도 문학한류
여성·성장·가족 키워드서 강했다
  • 등록 2022-04-27 오전 6:10:00

    수정 2022-05-28 오후 3:46:4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2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4월19일~5월2일) 현장. 작가 마르케스의 이름을 딴 공공도서관에서 열린 ‘한국문학 앤솔로지’ 출간기념회는 200여명의 청중으로 가득찼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은희경·이문재 작가에게는 질문 세례가 쏟아졌고, 이후 진행한 사인회도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겼다. 콜롬비아 대형서점 ‘파나메리카나’ 전시 구역에는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 스페인판이 진열대 상단에 전시됐다. 한국이 꾸민 3000㎡ 규모의 주빈국관 역시 연일 붐볐다. 한국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게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의 얘기다.

日·영미권 해외상 싹쓸이

한류(韓流)의 흐름이 문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들려오는 한국문학(K문학)의 잇단 낭보도 같은 맥락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신경숙·한강 이전까지 띄엄띄엄 이뤄지던 한국문학 수출이 이제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보고타 같은 국제도서전에서 만나는 외국 출판사들의 대응 자세부터 달라졌다. 문학 한류의 시작이 본격화한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2022 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 한국관에서 한국 책을 둘러보는 콜롬비아 독자들(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6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 수는 186건으로, 2011년(54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해외에서 받은 문학상 수상 작품만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이수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정보라·안톤허),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손원평) 등으로, 지난해엔 8건이나 됐다.

양적 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지만, 눈길을 끄는 건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사업을 통하지 않은 수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번역원의 지원사업을 거치지 않은 수출의 경우 2014년 전체 30%(34권)에서 2019년 70%(210권)를 차지하는 등 질적 성장도 눈부시다. 최근에는 번역원의 전체 사업 지원 건수 가운데 해외 출판사가 한국문학 번역·출판을 일괄 신청하는 비중도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문학은 해외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2011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39개국에 수출되고,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3대 문학상인 맨부커 국제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달라졌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해외 유명 문학상에서 국내 작가들이 좋은 성과를 얻은 것이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시장에서 한국문학의 책 판권이 여러 나라에 팔리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이런 사례들이 K문학의 사업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

해외에서 번역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각 언어권별 표지(사진=한국문학번역원).
번역도 한몫…한국적 주제 먹혀

페미니즘·한류·SF(과학소설) 등 시대적 문화 흐름과 보조가 맞았던 것도 한몫했다. 특히 개인의 사적이고 작은 얘기에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내는 한국 작가들의 글쓰기에 세계 출판계는 주목한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실례다. 여성들의 일상 속에 산재한 차별을 그린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여성주의 바람을 타고 일본·영미권 등에서 두루 각광받고 있다. 지난 5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문학 작품 중 하나로, 2020년까지 10개 언어권에서 30만부 이상 판매됐고 특히 일본에서는 2018년 출간 이후 2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좋은 번역도 널리 읽히는 비결 요인이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는 5년전 출간된 작품으로 주류문학에서 관심권 밖이었지만 번역가 안톤 허가 발굴해 수출까지 이어진 작품이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비교적 젊은 작가들에 대한 번역출판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독자적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해외에서 자발적으로 한국문학을 출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10여개 언어권에서 동시에 출간되는 작품이 늘고 있다는 것 역시 한국문학이 문학 한류의 도입기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와 번역가 안톤 허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작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판매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상업적 성공의 8할이 결정되는 만큼, 체계적 정보 공유는 물론 우수한 번역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실은 안톤허처럼 번역가가 해외 마케팅은 물론 다각적인 실무 영역까지 맡고 있는 상황이다.

출판업계는 전문 번역가의 부족과 국내외 출판시장 정보 시스템의 부재로 한국문학이 해외로 뻗어나가기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출판업계 측은 “한국문학에 대한 현지 출판사나 에이전시의 관심은 높지만 막상 객관적 자료가 많지 않아 판권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산업적으로 K문학을 아직 주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 많은 인재와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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