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송정매일시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송운학(65)씨는 9일 “(대선에서)진 건 진거고 진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당께”라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석열 당선인 측에는 “(집무실 이전이)공약 사항이라곤 해도 저렇게까지 할 문제인지”라며 혀를 찼다.
대선·지선은 별개…민생부터 챙겨야
100년이 넘는 송정장의 맥을 잇는 유서 깊은 전통시장인 이 곳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번갈아 집중 유세를 펼쳤을 정도로 광주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대선 이후 꼭 한 달이 지나 찾은 이 곳은 주말인 탓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창 홍어를 손질 중이던 송 회장은 “(이재명)후보 보다야 민주당 책임이 크제”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 광주시당이 공개한 `대선 이후 광주 민심 종합 결과 보고서` 평가와 비슷한 인식이었다. 광주시당이 만 18세~69세 시민 1500명을 상대로 온라인 패널조사·FGI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절반(48.3%)에 가까운 시민들이 대선 패배 요인으로 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꼽았다. 부동산 문제가 33.4%로 뒤를 이었고, 후보자 자질과 역량이란 응답은 15.5%에 그쳤다.
새 정부 출범 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송 회장은 “방역 체계가 완화됐다지만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 회복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치 개혁·검찰 개혁도 좋지만 우선 민생과 나라 살림부터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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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가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어떻게 쇄신을 하는지 일단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자세”라면서 “세대 교체 등 텃밭인 호남부터 변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보궐 선거·지방선거 출마 등 이재명 고문의 등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로 들어가든 당 대표를 하든 정치 개혁 등 이 고문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일당 독식 구도 속 `줄세우기` `깜깜이 공천` 구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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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만난 전남 목포 지역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측은 “전남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현역 초선 의원 5명은 물론, 재선·3선 의원들의 대리인들로 채워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자기 사람 심기를 넘어 `줄 세우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구 달성군 지역위원회에서 일하는 50대 당원은 다른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 차로 4시간여를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대구·경북에는 `과메기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비아냥이 있는데, 민주당마저 이런 식이어선 안 된다”면서 “어차피 텃밭이니까 어떤 사람을 공천하더라도 찍어줄 것이란 생각은 오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선 패배 이후 어느 때보다 강력한 쇄신과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먼저 텃밭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일부에선 혁신과 변화를 추동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결정 방식에서 탈피해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복당을 세 차례나 반복한 전력이 있거나 기간제 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돼 3년 구형을 받고 선고가 예정된 단체장들의 경우 공천에서 배제해야 민주당이 내세우는 반성과 쇄신, 책임지는 자세에 맞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