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료 짜깁기' 수준 탄소중립···"文 정치적 쇼에 불과"

■원자력 쏙 빠진 '탄소중립쇼'
"文 대통령, COP26 발표 위해 1년여만에 졸속 추진"
현 과학기술 수준으로 불가능···국민·기업 부담으로
실험실 수준 연구 넣어···"대책 없이 보여주기식 결정"
과학계, 산업계 "이해하기 어렵다"
  • 등록 2021-11-04 오전 5:01:00

    수정 2021-11-04 오전 9:06:59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강민구 기자] “결국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했던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원자력 없이 불가능하며, 대규모 정부 지원과 인프라 투자를 하려면 막대한 세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과 기업들만 피해를 볼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 없는 탄소중립’ 정책을 놓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나선 과학·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내놓은 공통적 견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COP26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2030 NDC는 비현실적인 정책이며, 이대로 추진되면 전기료 인상과 기업 경쟁력이 나빠진다고 우려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강국들이 탈석탄·탈원전 속도를 조절하면서 원자력 시설을 오히려 늘리고 있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1~2년 만에 급조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탓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정동욱 교수 제공>


“기술 현실 가능성 없고, 원자력 없이 불가능”

전문가들은 원자력 없이 현재 기술로 정부가 앞으로 9년 뒤인 2030년까지 탄소를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NDC가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태양광, 풍력, 수소 발전이 당장 대용량으로 건설할 정도로 효율적이지도 않고, 연구개발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6.1%~7.2%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소형원전(SMR)은 수출용으로만 개발하고, 기존 대형원전들은 영구정지한다는 것을 가정했다.

에너지믹스(전력 발생원의 구성비)는 당장 기업이나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식적인 에너지 논의 석상에 원자력 전문가가 참석하거나 자문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 5월 설치한 탄소중립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과학기술, 에너지혁신, 기후변화 등 과학기술 관련 분과 소속으로 활동하는 원자력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은 “원자력에 대해 두려워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탄소중립은 반핵, 탈핵이라는 이념 대결이 아니라 ‘실사구시’ 관점에서 봐야한다”며 “현재 개발조차 되지 않은 재생에너지 기술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기술의 실패 위험성도 크고, 그때 가서 되돌리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사진=이덕환 교수 제공>


단기간에 급조한 정책..“인터넷 짜깁기 수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싶어 내린 주문에 의해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단기간에 졸속 추진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5월 한국판 뉴딜을 처음 외치면서 이듬해 5월 P4G 정상회담에서 이를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언급한 이후 올해 1월 수소법 제정, 8월 탄소중립기본법 통과, COP26 기조연설까지 급하게 이뤄졌다.

이덕환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인터넷 글을 짜깁기한 공상과학 수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며 “한국판뉴딜은 P4G 서울정상회의, 탄소중립은 COP26이 목표였으며, 실제 시나리오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국제사회에서 주목만 받고 싶어한 데 따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막대한 인프라·연구개발 투자해도 골치”

산업계는 기본법 통과부터 탄소중립시나리오, 대외적 공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업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했지만, 계속해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30 NDC·탄소중립 정책 기업인식 조사’에서 NDC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84.1%에 달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제시된 산업부문 감축목표가 지나치다는 응답이 80.9%에 달했고,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평균 26.1%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정부의 목표치가 기업들이 소화할 수 없는 무리한 목표이고,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기술들을 넣어 무작정 탄소 배출만 줄이라는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 시기도 못 정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무리하게 추진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중국 등 경쟁 국가에 시장을 뺏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센터장도 “기업이나 국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기업들의 경쟁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를 비싸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탄소저감 기술 개발과 설비투자를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는 특정 분야(원자력)만 빼고 구성됐다고 보기 어렵고,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 두루 안을 결정했다”면서 “수소환원제철기술도 우리 기업들이 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 정부 차원의 투자가 이뤄지면 선진국과 차이가 줄어들고, 우리 기업들이 미래를 주도해나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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