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의 신입사원 선별방식이 올해 특별히 변한 건 아니다. 신입사원 선발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미 블라인드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름이랑 출신은 보지 않고, 면접과 서류 전형 등 점수만을 두고 최종 선발했다.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신입사원 중 여성 인재가 많았을 뿐 공정한 선발을 했다”고 설명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생명보험협회 사례를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보험업계는 금융권 중에서도 보수적인 집단이다. 그중 협회 등 유관기관은 사실상 남초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내에 여성 직원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험업계도 시대에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내 여성 파워는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책임자(과장) 승진 인원 중 여성 비중이 55%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까지 책임자 승진 인원 중 여성 비중이 약 40%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55%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주 40시간 근로제 시행을 통해 육아휴직 후 퇴직 대신 복직을 선택한 30~40대 워킹맘의 승진이 늘어난 결과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금융권 여성 비중은 절반에 다다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여성 직원 비중은 48.2%로 집계됐다. 시중은행과 보험사의 여성직원 비중은 각각 52.8%, 49.8%다.
하지만 금융권 여성 임원은 여전히 태부족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사 444곳의 여성 임원은 7.4%(358명)에 그쳤다. 여성 직원 ‘비중이 높다’고 평가받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조차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상무 이상의 여성 임원 수는 총 4명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수가 100명인 점을 고려하면 고작 4%다. 심지어 전년 6.7%에 비해 2.7%가 줄었다.
금융권은 여성 임원 인재풀(pool)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과거 결혼 및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누적되면서 마땅한 선발 인원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 임원 선발을 위해서는 중장기기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금융업계는 오랫동안 지속됐던 남성위주의 젠더 문화가 깔려 있고, 이를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유럽연합(EU)과 OECD의 금융감독그룹처럼 내부보다는 외부 규제기관의 감독정책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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