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너지 고갈 등 환경문제를 선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열풍이 불고 있는 겁니다. 작금의 변화상은 ESG 경영을 ‘나 몰라라’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대전환: ESG 노믹스’란 주제로 열리는 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을 맞아 이데일리는 최근 ESG발(發) 소비성향 열풍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 움직임을 뒤좇아 가봤습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택배 상자, 각종 음식료품 포장비닐, 다 쓴 위생용품 용기, 배달음식을 시키고 남은 플라스틱…’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매주 일요일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면 놀랐다. 일주일간 배출한 것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쓰레기가 매번 나왔기 때문이다.
| 서울 중구 한 아파트 단지에 분리수거된 플라스틱이 포대에 담겨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
이에 기자는 쓰레기를 줄이고 지구를 지키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자는 마음으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에 도전했다. 제로웨이스트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활동으로 코로나19 이후로 MZ세대를 중심으로 참여가 늘고 있다.
우선 정보를 구하고, 필요한 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 제로웨이스트숍 ‘더피커’를 방문했다.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재활용 용기를 환영하고,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이들의 용기를 응원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 서울 성수동 제로웨이스트숍 ‘더피커’에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관련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
이곳은 제로웨이스트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는 지도 같은 곳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법부터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와 책, 용품이 망라해있다.
기자는 제로웨이스트 입문자가 주로 쓰는 대나무 칫솔을 구매했다. 또 다른 입문 용품인 스테인리스 빨대는 휴대가 불편할 거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다. 빨대가 없으면 입으로 마시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 집에서 쓸 수 있는 원형수세미와 천연치실 등도 준비해간 에코백에 담았다. 이밖에 유기농 비누와 각종 천연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다음번으로 구매를 미뤘다.
대나무 칫솔은 만족도가 높았다. 가벼웠고, 플라스틱 칫솔의 빈자리를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나무 소재가 물에 젖으면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세워서 말려놨는데 자주 사용하다 보니 잘 마르지 않았고, 시행착오 끝에 눕혀서 말리면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유리병에 담긴 천연 치실도 플라스틱에 담긴 치실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가격 면에서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치실(50m 기준) 대비 2000원가량 비싼 6000원대에 판매된다. 1회 리필용(3000원)을 이용하면 2회 이용부터는 큰 차이가 없다.
| 기자가 사용한 텀블러(우측)와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컵(사진=윤정훈 기자) |
|
제로웨이스트 도전 기간 텀블러는 어디를 가든 지참했다. 스타벅스나 다른 카페에 들러 텀블러와 함께 주문했다. 그동안은 들고 다니는 불편함보다는 유난떠는 모습으로 비칠까 봐 텀블러 이용을 꺼렸다. 그러나 기우였다. 텀블러 주문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장점이 많았다. 내용물이 식지도 않았고, 남은 커피를 가져가기에도 좋았다. 덤으로 텀블러 할인(스타벅스 기준 300원)도 얻었다. 최근에는 동네 커피전문점부터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텀블러 할인을 제공하고 있어 텀블러를 쓰기 좋은 환경이다.
내친김에 반찬가게도 도전했다. 집에서 밀폐 용기 2개를 챙겨가서 호박 샐러드와 제육볶음을 구매했다. “용기에 포장되느냐”는 물음에 반찬가게 사장님은 “당연히 된다”며 미소 지었다. 준비해간 용기 크기가 작아서 호박이 일부 뭉개졌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플라스틱 용기 2개만큼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 (좌)반찬가게에 포장된 음식이 진열돼 있다.(우)반찬을 담은 밀폐용기.(사진=윤정훈 기자) |
|
기자는 1주일간 △배달음식 안 시키기 △장바구니 쓰기 △텀블러 쓰기 등 플라스틱이 들어가는 물품을 최대한 안 쓰는 데 집중했다.
매일 쓰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은 일회용 마스크 대신 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면 마스크를 사서 보관하는 비용보다 일회용 마스크가 훨씬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외 휴지 대신 손수건 쓰기, 샴푸와 세탁세제 등도 천연으로 쓰는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실천하는 것은 세제와 비누 등을 리필 해서 쓰는 방식이다. 제로웨이스트숍을 꾸준히 찾는 손님이 가장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도 최근에는 리필스테이션을 속속 열고 있다.
주변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라벨 떼기 같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지켜지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기본이 된 분위기다.
제로웨이스트 정보를 구하는 일도 예전보다 쉬워졌다. 제로웨이스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네이버 카페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국에 20여 개 남짓이던 제로웨이스트숍도 속속 생겨나 현재는 100여 개로 추정된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인식이 변화하면서 최근 가게를 어떻게 하면 열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여전히 정보가 적고 불편하지만,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신세계백화점 직원들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에코스토어 리필 스테이션에서 사용법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신세계백화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