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해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 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김 장관 후임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박능후 복지부 장관 후임에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을 내정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 후임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옥 여가부 장관 후임에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를 각각 내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들은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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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깜짝’ 개각이라는 평가다. 애초 개각은 연말과 연초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 중 첫 번째인 연말 개각은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박 장관과 추 장관이 모두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박 장관 등을 교체하기 전에 서둘러 개각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추측이다.
켜켜이 쌓인 부동산 불만에 추미애·윤석열 갈등까지 중첩하면서 민심이 폭발하자 문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용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김 장관을 교체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쇄신을 향한 절박함이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이번 개각은 사실상 김 장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 세간의 판단이다.
시점이 그렇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치솟고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대란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 같은 분노에 김 장관은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는 등 빈축을 샀다. 이 같은 시기에 김 장관을 교체했다는 것은 경질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부동산 정책 비중은 지난 6월 1주만 해도 1%에 불과했는데, 같은 달 2주와 3주 각각 3%를 기록하더니 6월 4주 8%, 7월 1주에 10%를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 첫 두 자리 수였다. 7월 2주(25%)부터 현재까지는 줄곧 넘보기 어려운 1위를 기록 중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던 9월 2~4주(11%→10%→10%) 단 3주 동안 각각 3위→3위→4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악으로 치닫자 김 장관을 교체하기로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김 장관 교체는) 경질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성과를 많이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는 상황”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주목되는 것은 1차 개각으로 노린 분위기 쇄신이 통할지 여부다. 이번 주에 그 향방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이른바 ‘추·윤(秋·尹)시태’라 불리는 법무부·검찰 간 갈등이다. 이 이슈는 부동산 다음으로 국민적 피로감을 부르는 이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중 ‘법검 갈등’ 비중은 지난달 4주차(5%)에 처음 등장해 이번 달 1주차에는 9%로 확대되며 2위에 올랐다.
이번 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눈길이 쏠린다. 오는 10일로 예정됐는데, 이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윤 총장이 징계위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내서다. 검찰총장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 위원을 법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한 검사징계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윤 총장은 아울러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징계절차를 정지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다시 직무배제 조치를 내리겠다면서 법원에 항고장을 냈다. 법검 갈등이 이번 주에도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개각으로 노린 국정 쇄신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장관 후임인 변 내정자에 대한 야권의 검증 ‘칼날’도 문 대통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야권은 변 내정자를 두고 김 장관보다 더한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