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개표요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수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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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싹쓸이를 바탕으로 압승을 거뒀다. 미래통합당은 텃밭인 영남을 사수하는데 그쳤을 뿐 수도권 공략에 실패하며 참담한 성적표(방송사 출구조사 기준, 107∼130석)를 받았다.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과반 의석(방송사 출구조사 기준, 155∼178석)을 얻었다. 21대 국회에서 여소야대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특히 2016년 4월 20대 총선 → 2017년 19대 대선 → 2018년 6월 7대 지방선거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집권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의 경우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문재인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반과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통합당은 총선참패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지도부 퇴진과 비대위 가동이 불가피한 수순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 사태와 막말 파동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총선 직전만 해도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코로나 방역모델이 세계적 찬사를 받으면서 오히려 여권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도 작용하면서 정권의 중간평가라는 총선의 기본적 성격이 희석됐다. 총선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 초중반을 기록할 정도였다. 또 총선 막판 여론을 뒤흔들었던 김대호 후보의 세대비하 및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족 관련 막말 파동은 통합당 입장에서 최대 악재였다. 통합당은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연이은 막말 자충수 끝에 스스로 무너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총선은 퇴행이다. 20대 총선에서 한 때마나 완화됐던, 한국정치의 최대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오히려 심화됐다. 민주당은 호남을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이며 다른 정당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통합당 역시 대구·경북(TK)을 핑크빛으로 수놓으며 영남지역을 수성했다. 아울러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이라는 제3세력의 등장은 자취를 감췄다. 민생당·정의당·국민의당 등 군소정당은 거대 양당의 높은 벽을 절감한 채 목표의석 획득에 완전히 실패했다.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는 진보·보수 양당 체제로 회구하면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주도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총선 결과로 차기 대권구도도 요동치게 됐다. 특히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 종로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이낙연 전 총리는 차기대권에 사실상 직행하게 됐다. 반면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총선패배로 차기 도전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이밖에 김부겸·김두관 민주당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야 잠룡들도 당락에 따라 차기 도전 여부가 엇갈리게 됐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정권심판보다는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여권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통합당이 스스로 무너진 면이 컸다”며 “무엇보다 민주당의 어깨가 무겁다. 과반 의석을 안겨준 민심에 귀를 기울여 이념투쟁보다는 민생경제를 돌보는 데 보다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