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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책 설계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을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실업대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확충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10인 이상은 4만원, 10인 미만은 7만원씩 지원금을 증액했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은 기존 지원금을 합해 1인당 18만원으로 늘었다.
이어 정부는 실업대란이 본격화하자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업장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한도를 휴업수당의 90%로 확대하면서 지원금이 총 인건비를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해고 대신 휴업·휴직 등 고용유지 조치를 하는 경우 정부가 유급 휴업·휴직 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발 고용 위기로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은 4만5468곳이다. 이중 일자리안정자금을 병행해 지원받을 경우 정부지원금이 인건비를 넘어서는 10인 미만 사업장이 3만5422곳에 달한다. 전체 신청 사업장의 78%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 개인별로 보면 지원금이 실제 인건비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근로자 개인이 아닌 전체 사업장으로 보면 사업주가 실제 지급하는 임금이 더 많은 만큼 과도한 지원이라고 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한시사업으로 시작한 일자리안정자금을 기존 제도에 덧붙여 활용하면서 제도 간 경계가 무너진 탓”이라며 “고용유지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 모두 근로자 지원 목적의 사업인데 사업주가 혜택을 보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를 위한 별도의 대출이나 세제지원 등이 있기 때문에 그 경계를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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