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느는데"…증권범죄합수단 폐지에 금융당국 ‘촉각’

법무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가닥
‘금융범죄 콘트롤타워’ 설치 7년만에 사라질 처지
“불공정거래 적발 느는데 수사·처벌 하세월” 고민
  • 등록 2020-01-14 오전 12:40:00

    수정 2020-01-14 오전 12:4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금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한 후 불공정거래 사건을 합수단(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넘기면 처리하는 속도가 느린데 합수단이 사라지면 답답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무부가 최근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은 올해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로 꼽고 있는데 ‘콘트롤타워’의 폐지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 확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 형사사건과 다른데’…특수범죄 노하우 사라질 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3일 “수사에 대한 모든 권한은 검찰이 쥐고 있어서 올해 불공정거래 근절을 주요 업무계획으로 세운 상황에서 합수단 폐지로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작전세력에 의한 테마주 등 불공정행위가 그 어느 해보다 극성을 부릴 것”이라며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시장감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범죄라는 특수범죄의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13년5월 합수단 설치 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6년간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관계자는 “자본시장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법률로 만들어진 특수한 범죄이기 때문에 이를 적발하거나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지식이나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형법에서 규정한 범죄가 아니어서 금융범죄에 대한 수사 경험이나 축적된 노하우가 일선 수사 실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런 수사부서를 없애버리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합수단 폐지에 셈법이 복잡하다. 지난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설치로 금융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휘할 금융조사부가 사라진다면 금감원 사건의 검찰 송치 후 2차 수사부서가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은 금융조사부의 일관적인 법리 적용이나 양형 기준에 따라 수사 지휘를 받는 게 아니라 개별 형사부의 각자 다른 검사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게 돼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직 금감원 임원을 지낸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 직접수사권을 축소한다는 핑계로 합수단과 금융조사부를 폐지하면 금감원 특사경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부서가 없어진다”며 “자본시장조사국과의 인적·물적 유기적인 관계를 침해하거나 금융범죄 수사 역량의 필연적인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형증권사 한 고위관계자는 “주가조작을 일삼는 작전세력은 특사경 직원이 누군지, 합수단 검사가 누군지, 소속 수사관은 누군지 수십 명의 이름을 다 외워가면서 수사에 대비한다”며 “그만큼 합수단과 특사경의 존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합수단 폐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유찰 등 부작용…당국, 이미 시스템 갖춰

시장 한편에서는 합수단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큰 자금이 움직이는 금융범죄를 도맡아 수사하다 보니 검찰과 업계의 유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득보다 실이 많으니 굳이 특제부서로 운영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 상당하다”며 “김형준 전 합수단장의 비리 의혹이 도마에 오르며 검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는 등 합수단 존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역량이 높아졌다는 것도 객관적인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범죄의 기소율을 살펴보면 수사역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며 “합수단 설립 이듬해인 2014년 85.4%였던 기소율은 2018년 68%로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조사한 자료를 받아 수사한 검찰이 10건 중 3건은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조사단과 특사경의 역할과 권한이 커졌기 때문에 특별 직제로 합수단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법무 담당 변호사는 “금융당국에서 고발한 건을 주로 수사하는데 굳이 특별 직제로 합수단을 유지할 명분이 충분치 않다”며 “오히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나 금감원 특사경에서 1차 수사한 뒤 검찰에 기소할 수 있는 충분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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