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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부터 네이버쇼핑, 쿠팡까지 내로라하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농협’에 구애하고 나섰다. 온라인 사업을 육성하려는 농협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의 브랜드 파워를 업고 상품 판로를 넓힐 수 있고 이커머스 업체는 경쟁이 심화하는 신선식품 배송 분야에서 농축산물을 현지에서 직배송하기 위한 전국 물류망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다.
농협은 현재 전국 2200여 개의 하나로마트 등의 매장과 44개 물류센터를 거느린 초대형 유통업체이다. 주요 대형마트인 이마트(매장 158곳·물류센터 9곳), 홈플러스(140곳·8곳), 롯데마트(125곳·3곳)의 매장과 물류센터를 모두 합한 것보다 수가 많다. 지난해 유통관련 매출로만 4조8504억6300만원(하나로유통은 3조1284억원)을 기록했다.
농협, ‘밀키트’ ‘당일배송’ 사업 나서
농협은 지난 1월1일 농협경제지주에 속해있던 모바일쇼핑사업부를 하나로유통으로 넘기고 ‘온라인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를 계기로 △농협몰(옛 농협a마켓) 농축산물 구매가능 상품 확대 △온·오프라인 상품 및 가격 등 동일 적용 △고객 중심 유기적 채널 운영 등 온·오프라인 사업부문간 협업을 통해 유통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강화하고 나선 분야는 ‘배송 서비스’이다. 올해 지역별 하나로마트를 활용한 전국권역 배송체계를 구축, 당일배송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에는 성남유통센터를 통한 전국 익일 택배 배송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품목별 배송 일이 다르고 포장 박스가 나뉘는 현상을 줄여 일단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서비스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농협몰에서 소고기와 사과, 계란을 샀을 경우 집하 장소가 달라 각각 포장 따로, 배송일 따로 배달됐다면 이번 택배사업은 이들 품목을 한 번에 ‘묶음배송’할 수 있다.
이 밖에 상품 경쟁력도 강화한다. 농협은 전국 우수 농업인, 농기업 및 지역 농·축협 우수상품 입점을 확대해 시즌별 첫 출하상품 조기 론칭과 제철 농산물 예약판매를 실시한다. 또 반조리식품인 ‘밀키트’ 사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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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에 물류망까지…‘러브콜’ 쇄도
이 같이 신선식품 직배송, 당일배송을 확대하는 농협에 가장 눈독 들이는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까지 농협몰과 제휴를 맺고 협업해왔다. 농협은 쿠팡을 통해 농축산물을 팔고 쿠팡은 농협 물류망을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하면서 상호 판매 및 택배 수수료를 지불해 왔다. 쿠팡 제휴실적을 포함한 농협몰의 지난해 매출은 1823억원으로 전년(1296억원) 대비 40.6%가량 뛰었다.
상황은 1년이 안 돼 급변했다. 신선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자체 물류망으로는 전국 당일배송이 쉽지 않자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읍·면 단위까지 뻗은 농협의 전국 물류 네트워크에 눈독을 들이고 나선 것이다.
앞서 2017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신선식품 사업 강화를 위해 식품기업 ‘홀푸즈마켓’을 인수, 한 번에 전국 유통망을 갖춘 강력한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도 결국 물류센터 등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잘 갖춰야 당일배송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농협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상황에서 기존 이커머스 업계의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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