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5년 단임제 특성상 대통령 집권 3년차는 분기점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게 해결되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은 그저 옛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듯한 막강 파워는 실종된다. 환호와 희망도 사라진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만이 넘쳐난다. 어쩔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이다. 경우에 따라 조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기도 한다. 집권 3년차가 되면 모든 게 달라진다. 권력의 무게추는 청와대에서 여의도로 서서히 이동한다.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허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청와대 우위의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린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의 만기친람을 비판하면서 청와대 독주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당청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파열음도 적지 않게 나온다. 또 5년 임기 반환점을 돌면 미래권력이 부상하면서 차기주자로의 권력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야권도 비슷하다. 대선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 전열을 재정비한다. 강력한 차기주자가 전면에 등장해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 견제라는 명분으로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운다. 무조건적인 국정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나와도 가볍게 무시한다. 현 정권의 정치적 실패가 권력교체의 지름길이라는 과거 학습효과 탓이다.
예외는 없다. 87년 체제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걸어왔던 코스다.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3년차 징크스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어부지리 대선 승리를 거둔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1990년 ‘3당합당’을 감행해야 할 정도로 권력기반 자체가 취약했다.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제 실시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 패배는 물론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성과에도 2000년 총선 패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소수파 비주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재보궐선거 연전연패 이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할 정도로 사실상 레임덕 상황에 놓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체면을 구겼고 지방선거 패배와 민간인 사찰 논란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기다. 최근 ‘인사참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깊게 들여다보면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민생경제를 비롯한 정책성과 부진이 결정적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내치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꼬여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획기적 성과에도 외치 역시 단기간에 개선될 조짐은 아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직언없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는 사이 여론도 많이 돌아섰다. 국민들의 평가는 보다 냉정해졌다. “정권교체 이후 과연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이제는 보수정부를 탓할 수도 없다. 집권 3년차는 말이 아니라 성과를 증명해내야 하는 시기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몰락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반면교사가 가능하다. 오는 5월이면 문 대통령은 정확하게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집권 3년차 증후군 돌파를 위해 어떤 비전과 메시지를 내놓을까?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예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