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前사법부 수장 구속` 사법농단 사태가 남긴 상흔

[양승태 구속기소]③사법농단 사태, 그 이후
`지연된 정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한·일 갈등 심화
불신 아이콘 사법부 대상 진정·청원 건수 급증
정치권으로도 불똥…개혁vs불복 여야 대치에 국회 공전
  • 등록 2019-02-11 오전 6:11:00

    수정 2019-02-11 오전 6:11: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부터 양승태 사법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까지, 사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재판거래의 중심에는 이들 `삼각 커넥션`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박근혜정부의 요청에 맞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는 등의 대가로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게 재판거래의 핵심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나라 망신에 국격 손상`(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 업무수첩)이란 청와대 하명(下命)에 양승태 사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의 손배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부당한 재판지연 탓에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정의 실현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스러져 원고 4명 중 이춘식(95)씨만이 생존해 결과를 지켜볼 수 있었다.

이후 미쓰비시중공업·후지코시 등 다른 전범기업 피해자들의 손배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잇따랐고 피해 구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배상 판결에 불복한 일본 정부가 중재위 회부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방침을 밝히면서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법농단의 후폭풍은 법원 내·외부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커녕 불신의 아이콘 처지로 전락한 탓에 법관을 상대로 한 진정·청원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실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0건 미만이던 법관 상대 진정 및 청원 건수가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지난 2017년 3644건으로 폭증한 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4000건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판 결과가 부당하거나 재판 진행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등 개별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드루킹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 역시 양승태 전 원장 구속 이후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려면 특별재판부가 요구되고, 연루된 적폐 법관에 대한 탄핵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경수 구하기`를 위한 집권당의 사법부 공격이 선을 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한편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도 이달 중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구명위원회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이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석방을 요구해왔다. 이번 재심 청구는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재판거래 의혹 사건 관련 첫 재심 청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년간 수감 생활을 마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판결 사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 법적 지위 관련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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