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부터 양승태 사법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까지, 사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재판거래의 중심에는 이들 `삼각 커넥션`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박근혜정부의 요청에 맞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는 등의 대가로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게 재판거래의 핵심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나라 망신에 국격 손상`(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 업무수첩)이란 청와대 하명(下命)에 양승태 사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의 손배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부당한 재판지연 탓에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정의 실현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스러져 원고 4명 중 이춘식(95)씨만이 생존해 결과를 지켜볼 수 있었다.
사법농단의 후폭풍은 법원 내·외부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커녕 불신의 아이콘 처지로 전락한 탓에 법관을 상대로 한 진정·청원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실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0건 미만이던 법관 상대 진정 및 청원 건수가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지난 2017년 3644건으로 폭증한 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4000건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판 결과가 부당하거나 재판 진행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등 개별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편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도 이달 중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구명위원회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이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석방을 요구해왔다. 이번 재심 청구는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재판거래 의혹 사건 관련 첫 재심 청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년간 수감 생활을 마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판결 사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 법적 지위 관련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