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까지 퍼지는 ‘○리단길’의 빛과 그림자

  • 등록 2018-11-30 오전 5:00:00

    수정 2018-11-30 오전 5:00:00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 곳곳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 일대에 형성된 상권으로, 한옥을 개조한 루프탑 카페 등이 들어서며 젊음의 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뉴스1 제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소위 ‘뜨는’ 상권을 일컫는 명칭인 ‘○리단길’이 서울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부산 해운대의 ‘해리단길’, 경주 ‘황리단길’, 광주 동명동 ‘동리단길’, 전북 전주 ‘객리단길’ 등 전국적으로 ○리단길이라는 명칭이 붙은 상권이 약 2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단길의 원조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이다. 4~5년 전 옛 육군중앙경리단(현 국군재정관리단) 건물부터 회나무로를 따라 특색 있는 카페·옷가게·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며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이름 짓기는 ‘망리단길’(망원동), ‘연리단길’(연남동), ‘송리단길’(방이동) 등 서울 주변지역 상권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송파구청은 올해 ‘송리단길 맛집 지도’를 직접 제작, 동네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압구정 가로수길에서 따온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도 같은 맥락의 상권이다.

해리단길, 황리단길처럼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더라도 전국 각지에서는 새로 생긴 카페·레스토랑이 들어선 상권들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리단길의 전국적인 확대는 명과 암을 동시에 갖고 있다. 상권에 젊은이들이 붐비며 활력이 넘치는 것은 밝은 면이지만, 기존 상인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떠밀려 나가고 새로 들어온 상인들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영세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리단길 열풍의 가장 문제점”이라며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고 임대료 걱정도 덜어줄 수 있는 상생을 위해 사회 각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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