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IFRS]①'삼바' 사태는 고무줄 회계기준 탓…대혼란 불렀다

분식회계 결정에 의견 분분…학계 등서 회의론 불거져
기업 자율 맡겨도 처벌 받는 맹점 드러나…불신감↑
본격 소송전 돌입…회계처리 두고 논리싸움 전개될 듯
  • 등록 2018-11-29 오전 5:00:00

    수정 2018-11-29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은 한국 회계의 위기다.”(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

“현실을 감안 못한 회계기준은 차라리 이혼이 낫다.”(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이 국제회계기준(IFRS)의 원칙 문제로 확산되면서 기업들과 회계업계 사이에 대혼란이 일고 있다. 기업 회계의 자율성을 중요시한다던 원칙이 분식회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2011년 국내 도입한 IFRS에 대한 불신론이 커지고 있다.

IFRS는 130여개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으로 규정한 원칙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기업이 자율적으로 회계 처리토록 한 제도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시점과 배경을 두고 금융당국이 위법하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IFRS 해석과 규제환경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악의적인 자금 유출 등을 위한 것이 아닌 경제적 실질을 감안한 기업의 판단을 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기업이 당시 상황에 맞게 판단해 자율적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 하더라도 향후 감리에서 틀렸다고 결론이 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IRFS의 맹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재무 담당자는 물론 회계 법인들의 부담이 높아지면서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문가로 분류되는 대형 회계법인의 판단도 감리 과정에서 틀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물론 회계사들 사이에 ‘무엇이든 뒤집힐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의 회계처리가 맞는지 틀리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멘탈 붕괴’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보수와 진보간 진영 논리 싸움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와 금융당국 양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각각 나뉘어 토론회를 열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로 결론내린 것은 기업의 자율성이란 원칙을 중시하는 IFRS를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반면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참여연대 등은 “기업이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해 다른 의도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7일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대해 취소청구와 효력정지신청서를 제기하며 소송전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의 재감리에서 입장이 바뀐 배경과 함께 계열사 지배력에 대한 회계 처리의 적정성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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