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1만 달러를 넘긴지 24년,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12년 만의 일이다. 한국전쟁 종전 연도이자 관련 통계 작성 첫해인 1953년 67달러에 불과하던 나라에서 65년 만에 무려 447배나 급성장했다. 규모를 갖춘 선진국 기준인 ‘30-50클럽’ 국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국가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이런 나라들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일곱 번째 나라로 등재된다. 통사적으로 보면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러나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다고 박수칠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국민의 체감지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견해다.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고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릴게 아니다. ‘3만 달러 역(驛)’에 연착한 이유를 점검해야 한다. 그런 뒤에 신발 끈을 고쳐 메고 앞으로 더 달려야 한다는 기치(旗幟)를 내걸자. 3만 달러 시대는 문재인 정부 공이 아니다. 기업을 일구고 땀 흘려 일한 경영자와 근로자의 몫이다.
3만 달러 시대는 어두운 그림자도 만들었다. 양극화라는 큰 웅덩이를 팠다. 어떤 계층은 이미 5만 달러 구간에 가 있고, 2만 달러 구간을 뚫지 못한 계층도 있다. 먹고 사는 문제만 놓고 볼 때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국민이 있는 것이다. 큰 숙제다.
문 대통령은 “3만 달러 시대‘라는 계주 경기의 마지막 주자로 만족할 게 아니다. 4만, 5만 달러 계주 경기의 첫 주자로 힘차게 달려 나가길 기대한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걸 두고 재계에선 ‘기업(인) 패싱“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3만 달러 시대’의 기업인과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의 도크를 찾았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회사를 방문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경제는 꾸준히 체질을 개선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으로 기업이 떠 뛰게 만들면 된다. 이익내고 성장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좋은 기업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강성 노조의 눈치를 보면 불가능하다. 제발 정치가 경제를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