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신도시’로 불릴 만큼 규모가 큰 3000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 분양시장에선 3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들이 앞다퉈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공급 예정인 단지만 10곳에 이른다. 예전엔 1000가구 정도면 대단지로 불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으나 매머드급 단지의 잇단 공급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신세가 됐다.
저렴한 관리비에 기반시설까지… 지역 랜드마크로 부상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들어서는 ‘신정 아이파크위브’를 시작으로 3000가구 이상 아파트(재건축·재개발 단지포함)가 올해 전국 10곳에서 분양된다. 분양시장이 각종 규제로 위축될수록 안정성을 중시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들어서면 단지 안팎으로 학교, 유치원, 병원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 같은 쇼핑시설 등이 뒤따른다. 매머드급 아파트가 ‘미니신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다. 또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00가구 이상 아파트는 개발 부지의 5% 또는 가구당 3㎡ 이상을 공원이나 녹지로 조성해야 하는 만큼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건설사 역시 대단지 아파트에 공을 들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 대단지 아파트는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생각해 다양한 부대시설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설계를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대단지 아파트는 인근에 위치한 다른 아파트보다 매맷값이나 전셋값이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경우 1989년 입주한 총 5539가구의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1차 전용면적 84㎡형은 9억5000만원 선에 매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위례성대로를 끼고 같은 해 입주한 대림아파트(749가구) 전용 84㎡형은 6억75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두 아파트의 (전용면적 84㎡)는 전셋값도 각각 5억5000만원과 4억9000만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이 다가오면서 매맷값이 오른 것도 있지만 이 지역의 이름을 대면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부터 떠올리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며 “초대형 단지의 경우 인근 지역 시세를 주도하는 한편 시간이 흘러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입지 좋지 않은 곳 무더기 미분양 우려도
올해 분양될 3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주로 서울·수도권과 부산, 세종 등 전국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
이 밖에도 △김포 고촌 향산리힐스테이트(3506가구)△성남 신흥 신흥주공재건축(3997가구) △안양 호계 안양호원초재개발(3850가구) △인천 청천 e편한세상 부평(뉴스테이·3196가구) △인천 송도 송도센토피아더샵(3100가구) 등 수도권 5곳에서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부산과 세종시에서도 대규모 단지가 들어선다. 부산 온천동 래미안 온천2구역(3853가구)과 부산 거제동 거제래미안(4470가구), 세종시 6-4생활권(3100가구) 단지가 올 하반기 분양시장을 두드릴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대단지라고 해서 분양이 잘 되거나 프리미엄(웃돈)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입지와 아파트 브랜드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생뚱맞은 부지에 대단지가 들어서면 자칫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