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암세포 발견하면 스위치 'ON'..국내 연구진, 나노 MRI 램프 개발

천진우 IBS연구팀, MRET 현상 기반의 나노 MRI 램프 개발
기존 MRI의 10배 밝기로 병든 세포에만 반응..생검 필요없어
  • 등록 2017-02-07 오전 1:00:00

    수정 2017-02-07 오전 1: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유방암이나 대장암은 물론이고 동맥경화, 알츠하이머 등의 병든 세포 만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나노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램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별도의 조직검사 없이도 체내 질병인자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천진우 나노의학연구단장 연구팀은 자기공명튜너(MRET; 엠레트)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 질병을 선택적으로 찾아내 강한 MRI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나노 MRI 램프’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MRET는 두 개의 자성물질이 어느 정도 근접한지에 따라 MRI 신호 강도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MRI 램프는 MRET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자성나노입자와 상자성물질을 끈 같은 형태의 생체인자 인식물질이 연결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램프가 질병인자 같은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면 자성나노입자와 상자성물질 사이의 생체인자 인식물질이 일정 길이 이상으로 길어지거나 끊겨 램프가 켜지는 원리다.

나노 MRI 램프 구성요소. IBS 제공
현재 상용화된 MRI 조영제는 이미 자성물질이 켜져 있는 상태로 몸 안에 주입되기 때문에 주변 조직과 병든 조직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웠다.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의 경우는 기존 MRI보다 민감성이 뛰어나지만,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나노 MRI 램프는 특정 질병과 연관된 생체 인자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10배 더 밝게 병든 조직 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나노 MRI 램프를 암 진단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나노 MRI 램프가 암전이 인자 ‘MMP-2’와 결합하자 자성나노입자와 상자성물질 사이의 생체인자 인식물질이 끊겼고, MRI 신호가 켜지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나노 몰(nM) 농도 이하 극미량의 MMP-2를 선택적으로 검출하고, 암에 걸린 동물 모델의 암 부위에서만 강한 MRI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 단장은 “기존 MRI 조영제가 밝은 대낮에 램프를 켜는 것이라면, 나노 MRI 램프는 밤에 램프를 하나 켜는 것과 같다”며 “MRI 조영 진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노 MRI 램프(좌측)와 기존 MRI 조영제 차별성 비교. IBS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MRI 램프는 생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염기서열의 유전자나 펩타이드, 효소, 화학분자, 단백질, 금속, 산도(pH) 등의 생체인자 인식 물질만 바꿔주면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생검(biopsy)과 같은 침습적 조직검사 없이도 암 관련 질병인자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팀은 나노 MRI 램프가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산화철 나노입자와 가돌리늄(MRI 조영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나노 MRI 램프가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체내에 주입되었을 때의 흡수나 분포, 대사, 배출 등 약동학과 안전성 테스트 등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생체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일어나는 만큼 동시에 여러가지를 관찰할 수 있는 후속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천 단장은 “나노 MRI 램프는 원리가 간단하면서 높은 정확도와 민감도를 나타내 더욱 정밀하고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진단하는 영상진단의 신개념을 제시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진. (왼쪽부터) 천진우 단장, 김수진 제1저자, 신태현 참여저자.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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