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는 주부 최모(41)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올해 초부터 성동구와 서대문구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에 관심을 가졌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들 지역의 조합원 입주권(새 집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을 사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불법전매 집중단속에 들어간데다 이달부터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까지 시행되자 이참에 분양권에서 입주권 매입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정부가 분양권 불법전매 단속과 중도금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입주권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입주권은 대지 비용과 취득세 등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가지만 평면이나 위치 및 조망이 좋은 로열동과 로열층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매입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 △정부가 분양권 불법전매 단속과 중도금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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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고 로얄동·층 확보 가능…입주권 매매가 껑충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거래가 활발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입주권 거래량은 374건으로 2006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입주권은 정부의 잇단 규제에서 비껴나 있는데다 로열동·층 입성도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입주권 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물량이 쏟아진 성동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대림산업이 지난해 9월 성동구 금호동 금호15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e편한세상 신금호’ 아파트 전용면적 59.95㎡형 분양권은 지난 4월 5억 7800만원에 팔렸다. 같은달 같은 면적의 입주권은 1200만원 저렴한 5억 66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두달 새 같은 면적의 또다른 입주권은 5억 9400만원에 매매됐다. 입주권을 사려는 수요는 많은 데 매물이 많지 않다보니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치솟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59.95㎡의 입주권은 현재 6억 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금호동 J부동산 관계자는 “조합원 입주권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권 시세를 뛰어넘는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로열층의 경우 입주권 매도 호가가 두달 새 5000만원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개별 재건축 단지로는 최대 규모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 입주권 가격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단지 전용 84.98㎡짜리 조합원 입주권 시세는 9억 2000만~9억 5000만원으로 올해 초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추가분담금 늘어날 수도…취득세 등 세금 문제도 따져봐야
입주권을 매입해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이 되면 좋은 동과 호수를 선점할 수 있고, 일반 분양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적용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부의 분양권 불법거래 단속 등 여러 시장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올해 하반기에도 입주권 거래가 꾸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무턱대고 입주권 매입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입주권은 대체로 분양권보다 싼 편이지만,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걸림돌로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사업이 지연되거나 단지 내 상가 분양 결과가 신통치 않아 분양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 고스란히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입주권은 매입 즉시 토지분의 4.6%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때 분양가와 전용면적별로 1.1~3.5%만 부담하면 되는 분양권과는 차이가 크다. 또 입주권은 세법상 주택에 해당돼 다른 주택과 함께 소유한 경우 2주택자로 간주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