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행복주택’이 첫 흥행에 성공해 한껏 들뜬 분위기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시행한 올해 첫 행복주택사업 입주자 모집에서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가좌역 행복주택은 1만 7180명의 청약자를 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신촌·광화문 등 강북 주요지역과 가까운 입지에 평균 경쟁률 47.5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상계 장암(21.5대 1)과 인천 주안(14.3대 1)지구도 두자릿수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총 2만 3000명이 넘는 신청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행복주택이 성공을 거뒀다고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행복주택 청약자의 절반 이상이 사회 초년생들로 이뤄져 청약률이 과도하게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좌지구에서 사회 초년생에 배정된 전용 29㎡형 우선공급 분은 1가구 모집에 2012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16㎡형도 우선공급 303.9대 1, 일반 공급 52.7대 1로 평균 경쟁률을 훌쩍 웃돌았다. 가좌지구 전체 청약자 1만 7180명 가운데 사회 초년생 청약자만 53.2%인 9143명을 차지했다.
느슨한 입주기준이 ‘로또 행복주택’의 등장을 부추겼다.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연봉 4816만원(세전 소득 월 385만원)을 밑도는 입사 5년 이내 미혼 직장인이라면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의 입주 자격인 ‘도시근로자 가구(3인 이하) 월평균 소득의 80% 이하’ 조건을 만족해서다. 더욱이 보유 부동산은 2억 1550만원, 자동차도 2767만원 이하만 충족하면 된다. 사실상 사회 초년생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청약률 뻥튀기를 부채질한 셈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신혼부부 등이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자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급여 대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젊은이들로서는 행복주택 입주가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등 입주자 모집 기준을 대폭 강화해 혜택이 절실한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2억원 넘는 부동산을 가진 사회 초년생들에게 행복주택의 입주 기회를 주기에는 주거난에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