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건설시장도 중국에 넘겨줄 건가

  • 등록 2016-04-07 오전 6:00:00

    수정 2016-04-07 오전 6:00:00

제주도에 새로 들어서는 ‘드림타워 카지노 복합리조트’ 시공이 결국 중국건축에 돌아갔다. 드림타워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그제 상하이에서 중국건축과 최종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이 리조트 건물은 현재 38층(169m)으로 계획되고 있어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대형건물 시공을 중국업체가 국내에서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드림타워 시공이 중국업체에 맡겨진 것은 한국 업체들로는 새로운 시련과 도전에 직면했음을 말해준다. 국내 건축·토목 시장만큼은 아직 우리 건설사들이 굳게 지키고 있었으나 이제부터 외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중국건축은 국내에는 그리 소개될 기회가 없었지만 매출 규모로 세계 1위 규모다.

더욱 긴장되는 것은 중국건축이 제시한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조건이다. 설사 발주업체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체 자금으로 건물을 완공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착공 후 18개월 동안은 아예 외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초 한화건설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2년 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자금조달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는 점에서도 위기감이 엄습한다. 중국건축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국내 건설사들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내 건설사들로서는 설상가상이다. 이미 중동,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이 우리 건설사들을 따돌리고 시장을 싹쓸이하는 양상이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중국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따낸 공사 규모가 133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우리 건설사들의 실적은 8800만달러에 그쳤다는 사실이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중국 건설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막강한 자금조달 능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이를테면, 발전소를 자체 자금으로 건설·운영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개발형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 중국건축의 드림타워 시공도 비슷한 범주에 속한다. 우리도 긴장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정부와 업계가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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