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자의 천일藥화]잇몸약 '이가탄' 3개 중 2개만 살아남은 까닭

  • 등록 2015-12-26 오전 6:00:45

    수정 2015-12-26 오후 12:33:5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시판허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허가증이 영원히 유효하지는 않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동반될 뿐더러 수십년의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의약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보건당국이 기존에 팔리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기적으로 재평가 대상 의약품을 공고하고 제약사들에 효능을 입증할 임상 데이터나 논문을 제출토록 지시한다. 복제약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자료를 제출토록 한다. 물론 효능 입증에 실패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할 때마다 수많은 의약품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재평가 과정에서 철수한 의약품이 애초부터 약효가 없었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유명 잇몸약 ‘이가탄’의 경우 몇 년 전 효과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후 식약처는 지난 2013년 9월 문헌재평가 공고를 통해 이가탄의 효능·효과 및 용법·용량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출하라고 제조업체 명인제약에 지시했다.

식약처가 인정하는 8개국 및 원개발사 해당국 의약품집·제품설명서 또는 효능·효과, 임상 논문 등을 통해 효능을 입증할만한 근거를 내라는 의미다. 당시 국내 허가 목록에 있던 ‘이가탄캡슐’, ‘이가탄에스’, ‘이가탄에프’ 등 3종 모두 재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

2년이 경과한 지난달 식약처는 이가탄이 포함된 문헌재평가 결과를 공고했다. 이 자료를 보면 이가탄에프는 ‘치조농루, 치육염(잇몸염)에 의한 제증상(여러증상)(잇몸의 출혈, 부종(부어오름), 발적(충혈되어 붉어짐), 구취)의 완화’ 효능을 인정했다. 이가탄에스 역시 같은 효능이 허가사항에 반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가탄의 원개발국인 일본 의약품집에 이가탄에프와 이가탄에스의 효능에 대한 근거가 확인돼 기존 허가사항을 그대로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초 재평가 대상으로 공고된 3개 제품 중 이가탄캡슐은 재평가 결과 목록에서 볼 수 없었다. 재평가 공고 기간 동안 시판허가를 수출용으로 전환하면서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허가를 수출용으로 전환하면 국내에서 팔 수 없다. 사실상 국내 허가증을 반납하면서 효능 재검증을 포기한 것이다.

사실 이가탄의 원 개발국인 일본에서 이가탄캡슐은 이미 시장에서 철수해 효능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애초부터 이가탄캡슐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다소 무리가 있다. 최초 국내 허가를 받을 때에는 일본에서 인정받은 효능과 안전성을 허가 근거로 냈기 때문이다.

이가탄캡슐은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판매하지 않는 옛 모델이다. 이미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허가는 유지되고 있어서 재평가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해당 업체가 뒤늦게 더 이상 국내에서 팔지 않겠다고 보고하자 식약처는 시장 철수를 그대로 받아준 셈이다.

이가탄캡슐의 성분은 현재 팔리는 이가탄에프(리소짐염산염, 아스코르브산, 카르바조크롬, 토코페롤아세테이트)와 동일하고 용량만 다소 다르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이가탄은 효능이 입증됐다고 보면 된다. 이가탄에프와 동일 성분으로 구성된 72개 제품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려졌다.

한편 국내 잇몸약 1위 제품인 ‘인사돌’도 현재 효능 검증 작업이 한창이다. 인사돌의 원 개발국은 프랑스인데, 현지에서 의약품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식약처가 인사돌 제조업체 동국제약에 효능 검증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고 현재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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