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형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난항을 겪으면서 주변 지역 부동산시장에도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개발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면서 매수세가 확 줄고, 아파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도 약세로 돌아섰다.
19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1호 민자사업인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의 착공 시기가 당초 7월에서 올 연말 이후로 또다시 미뤄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실시계획 인가가 늦어지면서 착공 시기도 늦춰지게 됐다”며 “계획 승인 검토 과정에서 지적됐던 사항을 하루 빨리 보완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포구 상암동에 133층 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랜드마크 사업’도 사업 시행자 선정 문제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8년 처음 추진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2년 중단됐고,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을 맡아 하겠다는 시행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중국의 부동산기업인 뤼디그룹과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사업자를 모집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지난달 30일에서야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계속되는 사업 지연은 인근 부동산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암동은 방송사 등 미디어 관련 입주가 거의 마무리됐고 롯데복합쇼핑몰 입점(2017년 예정)과 인근 수색역세권 개발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일대 아파트값이 10% 이상 올랐다. 실제로 상암월드컵파크12단지 전용 84㎡형의 경우 지난해 말 5억 5000만원 선에서 올해 2월 5억9000만원 선까지 뛰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의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고 지금까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하고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남대문시장 등 서울역 일대를 개발하는 ‘서울역7017 프로젝트’ 역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주체인 코레일이 사업시행자를 선정하지 못해 계속 미뤄지면서 주변 아파트 매매시장도 침체 분위기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인근의 LIG서울역 리가 아파트 전용 84㎡형은 매도 호가가 6억~6억 3000만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많게는 2000만원 정도가 하락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되면서 부동산시장에 충격파를 주는 일이 종종 있다”며 “정부의 개발사업 발표만 믿고 투자하기 보다는 사업이 실제로 잘 진행되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투자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