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의 지구 한바퀴]⑫아르헨티나로…국경이란?!

토레스 델 파이네서 엘 칼라파테로..3~4시간 국경서 대기
  • 등록 2015-08-08 오전 7:00:00

    수정 2015-08-08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토레스 델 파이네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아쉬운 마음에 구석구석 삼각대를 세우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

그리곤 지난 2박 3일간의 호텔비와 트레킹 비용 등을 계산하고, 엘 칼라파테로 가는 차편까지 결제했다. 지배인은 첫 날 우리에게 큰 소리친 게 미안했던지 상당히 큰 금액을 할인해줬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칼라파테로 갈 수 있으니 괜찮다.

통상 엘 칼라파테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로, 토레스 델 파이네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는데 우리는 완전히 거꾸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때문에 널찍한 벤츠 승합차에 우리 둘만 타고 칼라파테로 이동하게 됐다.

칠레에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에코캠프에서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로 왔다. 사진=구글맵
오전 9시30분쯤 출발해 한 두시간쯤 갔을까.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이 나온다. 도로는 연결돼 있지만, 철제 구조물로 닫혀 있다. 우리가 파타고니아를 여행했던 2013년 말에는 아르헨티나가 재정위기에 빠져 칠레로 많이들 몰래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칠레에선 국경을 상시로 열어두지 않고, 관리가 가능하도록 그때그때 통행시키고 있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도로 가운데를 막아선 철제 구조물이 국경이다. 사진=김재은 기자
딱 그 타이밍이었나보다. 국경을 바라보고 차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선다. 기사는 한 두시간은 걸릴 거라며 편하게 돌아다녀도 된다고 했다. 국경에 있던 휴게소에서 파타고니아 기념 티도 사고, 사진도 찍고, 졸기도 했다. 얼마쯤 기다렸을까. 서너시간은 족히 흐른 것 같다. 국경이 열리고 차량이 한대씩 지나간다. 그렇게 10~15분을 가니 다시 또 국경이 나온다. 여기선 차에서 내려 각자 입국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작은 오두막같은 곳에서 줄을 서 입국 심사를 받고는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파타고니아 지역 아르헨티나에 들어선 우리. 표지판도 컬러풀하고 예쁘다. 사진=김재은 기자
이제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입성했다. 또 그렇게 한참을 달려 칼라파테에 닿았다. 칼라파테는 거대한 라고 아르젠티노(Lago argentino)주변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라고(lago)는 스페인어로 호수라는 뜻이다. 나중에 구글맵으로 살펴보니 칼라파테 공항도 이 호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마지막 파타고니아 일정을 보냈던 디자인스위트 칼라파테 호텔 역시 호숫가에 있어 경치가 끝내줬다.

저 멀리 보이는 라고 아르젠티노. 사진=김재은 기자
지금 우리의 목적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린다 비스타 아파트먼트다. 벌써 오후 5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라 신랑은 기사에게 팁을 넉넉히 챙겨줬다. 오늘중으로 토레스 델 파이네로 못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숙박비며 저녁식사 비용까지 감안했다.

린다 비스타 로비 겸 식당에 들어서자 얼마만인지 모르게 한국어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셨죠?” 어찌나 반갑던지…. 친절한 한국인 부부는 우리에게 방을 안내해주고는 내일 페리토 모레노 투어를 예약해줬다. 빅아이스 투어는 이미 마감인지라 미니 트레킹으로 대체한다. 사실 오래 걸을 자신이 없긴 했는데, 마감됐다니 웬지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국경에서 3~4시간 대기했다는 우리의 얘기에 주인장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운이 안 좋으면 2~3일씩 국경이 열리지 않는 때도 있다고…. 정말 그에 비하면 서너시간은 운이 참 좋았다 싶다.

짐을 대충 풀고는 시내 약국을 찾았다. 신랑이 에코캠프에서 난로에 불을 피우다 손을 좀 데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손등에 검게 자리한 화상자국은 열심히 화상약을 바른 덕에 다행히 지금은 사라졌다.

린다비스타 숙소 전경. 사진=구글
린다비스타 숙소는 환불불가로 얼떨결에 결제한 곳이었는데, 2층까지 포함해 방이 3개나 되는 널찍한 곳이라 맘에 든다.

특히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이 딸린 숙소여서 약국에 갔다 근처 마트에서 저녁거리도 샀다. 이번 여행중 직접 식사를 해먹은 곳은 린다비스타가 유일하다.

우리는 마트에서 충분히 남미스러운 음식들을 구경하고 두툼한 베이컨과 식빵, 달걀과 야채, 새우, 맥주, 땅콩, 과자 등등을 한 바구니 사서 돌아왔다.

여행기간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 먹은 저녁. 저 사진속 새우 옆 고기가 한 입 먹고 모두 버린 짜디 짠 베이컨이다. 사진=김재은 기자
저녁메뉴는 구운 베이컨과 새우, 오믈렛이다. 맥주 한 잔을 곁들어 먹는데 이런! 통베이컨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베이컨보다 100배쯤 짜다. 소금 한 통을 그대로 먹는 느낌이랄까? 2개나 샀는데 딱 한입 베어물고는 모두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대체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렇게 짠 베이컨을 어떻게 요리해 먹는거지?

대신 새우는 맛있게 잘 먹었다. 맥주를 마시며 결혼식이 끝나고 뉴욕에서부터 칸쿤, 산티아고, 파타고니아 등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과 동영상을 처음으로 같이 봤다. 이후로도 여행이 끝날때까지 신랑이 매일 지고 다닌 노트북은 이날 딱 한번 빛을 봤을 뿐 계속 가방속에 짐으로 남았다.

내일은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는 날. 마젤란 펭귄에 이어 신랑이 기대하는 두 번째 핫 스팟이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기에 일찌감치 씻고 잠을 청했다. 가까이서 보는 빙하는 대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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