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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지난달 26일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2가 대구오페라하우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영상에 나타나 우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울려퍼진 프레슬리의 ‘올슉업’과 비치보이스 등의 로큰롤 팝 넘버는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영국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의 공연 현장.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동명의 공상과학영화를 접목한 작품은 신나는 라이브음악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2. “예쁜 꽃신이라도 신겨서 시집보내야 할 거 아이가.” 갖바치로 평생을 살아온 춘배는 동네청년 윤재와 사랑을 약속한 큰딸 순옥을 위해 꽃신을 준비한다. 순옥과 윤재의 혼인날. 마을은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군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위안부로 끌려가는 어린 소녀들. 세월이 흘러 순옥과 윤재가 재회하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관객 최선희(48) 씨는 “‘꽃신’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며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 작품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내 최대의 뮤지컬 전문 공연예술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오는 13일까지 대구 일대 주요 공연장과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올해 개막작은 1990년 런던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고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포비든 플래닛’. 폐막작은 국내서도 인기를 끌었던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와 같은 소재의 체코뮤지컬 ‘팬텀 오브 런던’이다. 1968년과 1986년, 2005년 토니상을 받은 ‘스윗 채리티’의 독일 버전도 딤프를 찾았다.
△‘메르스’도 비켜간 뮤지컬 사랑…2만여명 운집
창작뮤지컬 활성화와 지역시민의 뮤지컬에 대한 이해를 상당수준으로 끌어올린 건 딤프가 만든 주목할 성과다. VIP석 기준 5만원선으로 서울서 뮤지컬 1편 볼 가격으로 3편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민 이외에 외지인 참여도 꾸준히 늘어났다. 딤프를 처음 시작한 2007년 14.9%에서 지난해에는 31.5%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유희성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스쿨 원장은 “딤프에서만 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올리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며 “대구시민뿐 아니라 서울 등 타 지역 관객도 환호하는 진정한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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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예산’ ‘국제화’ 등 과제 남아
하지만 괄목할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부족한 예산이 꼽힌다. 올해 딤프의 총예산은 시예산과 투자지원 등을 포함해 23억원. 이달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아리랑’의 제작비가 50억원인 걸 감안하면 대형뮤지컬 한 편을 제작하는 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국제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국인 관객 수가 매년 증가하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3년 7120명으로, 전체 14만명 관객 중 5%에 불과했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외국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며 “내년은 10주년을 맞는 만큼 누구나 좋아하는 국제축제의 장으로 재도약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큰 뮤지컬 시장을 형성한 곳이 대구”라며 “실험적이고 재밌는 작품을 키워내는 테스트마켓의 기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산확보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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