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여야 정치인들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 사회적 대타협의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개정안은 이해당사자들의 의중이 십분 반영됐으며, 그래서 추후 사회적 대타협의 형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냉정한 시각이다.
특히 실무기구에 국민의 눈높이를 대변할 인사가 전무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발점은 국민의 세(稅) 부담이었던 데다 막판 실무기구가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다.
“여야 모두 공무원 눈치만 봐…개혁 시늉만 냈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실무기구에는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과 김성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 류영록 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성광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김대철 국회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과장,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이 참여했다. 총 9명 중 7명이 공무원 신분이었던 셈이다.
실무기구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이해당사자로 분류된다. 공무원연금에 준용되는 사학연금의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은 “사회적 대타협을 제대로 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100% 이해관계자들이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문제제기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공무원 눈치를 봐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얘기하는 게 창피한 수준”이라면서 “대타협 시늉만 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모양새를 대타협으로 한 건 맞지만 결국은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여야가 정치협상으로 끝낸 것”이라고 자성했다.
국민연금 끌어들인건 실책…전문가 더 참여해야
특히 실무기구가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인 것은 결정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공적연금간 형평성을 위해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을 깎는 것을 최소화하는 대신 반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공무원단체들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는데, 정작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표할 만한 인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개혁을 피하겠다며 꼼수를 부리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전공 국립대 교수는 “실무기구 논의에서 국민연금이 왜 들어갔는지 아직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추후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형태가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름만 대타협이지 결과적으로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게 그 이유다.
짧은기간 개혁 끝내려는 점도 비판…유럽과 대조
시한을 정해놓고 짧은 기간 내에 개혁하려 한데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이는 길게는 10년 넘게 논의했던 유럽의 대타협 사례와 차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스웨덴·독일·오스트리아의 연금개혁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했지만, 박근혜정부는 어떻게든 총선 정국 전에 끝내려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 1984년 연금개혁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15년이나 논의해 연금제도를 개혁했다. 오스트리아 역시 1997년부터 8년간 개혁을 단행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어젠다가 나오면 많은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적 열기가 식기 전에 빨리 끝내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라면서 “갈등을 줄이면서 합의를 보는 의사결정 구조가 너무 취약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타협이라는 형태의 합의를 이끈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추후 연금과 같은 중요하고 민감한 의제를 다룰 때 대타협의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 드러난 단점들을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