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기아차 '품질성장' 이뤘나

  • 등록 2015-02-25 오전 1:01:00

    수정 2015-02-25 오전 1:01:00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최근 몇년 동안 현대·기아차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품질’이다.

현대차그룹의 수장인 정몽구 회장은 공식 석상에 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품질 경영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그룹의 주요 사업체인 자동차 산업에서 품질 경쟁력을 더욱 높이자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올해는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제품 경쟁력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야말로 제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질적 성장’은 현대·기아차의 전사적인 구호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달 작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선 현대·기아차의 방향이 살짝 바뀌어 듣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시 경영진은 올해를 질적 성장을 완성하는 해로 만들고 내년부터 새로운 양적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과연 현대·기아차가 질적 성장을 뒤로하고 양적 성장을 외칠 때가 되었을까.

현대·기아차가 세계 각국에서 품질을 인정하는 상을 대거 수상했다고는 하지만 품질 문제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2013년 물새는 싼타페로 ‘수타페’라는 굴욕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2012년 미국에서 불거진 연비과장 문제 때문에 10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싼타페 연비가 논란이 되면 1대당 40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고객들과 합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아차(000270) 신형 카니발의 품질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출시이후 동호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공명음 문제가 논란이 되며 특정 엔진회전수에서 진동·소음이 탑승자에게 두통과 멀리까지 일으킨다는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제기된 것이다. 이에 기아차는 자진 리콜을 실시하는 대신 이 문제를 개선하는 부품을 기존 구매자에게 장착해주는 단기 처방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 점유율 70%를 지키지 못했다. 성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수입 브랜드에 일부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나마 내수시장 60%대의 위치도 ‘가격’으로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품질과 질적 성장을 수도 없이 외쳤지만 외침 뒤에는 어떤 노력이 뒤따랐는지 현대·기아차를 애증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묻고 있다. 당장 눈앞의 ‘800만대’, ‘820만대’를 채우기 위해 급급해하기 전에 해내야 할 과제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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