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최근 서울 종로 피카디리 극장을 대관해 임직원 350여 명과 영화 ‘명량’을 관람한 후 이같이 강조했다. 김 사장은 “평소에도 이순신 장군 관련한 책을 즐겨 읽는다”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영화 관람도 김 사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 사장은 지난달 13일 삼성생명 사내 인트라넷에 영화 명량을 함께 관람하자는 공지를 띄우고 함께 갈 임직원 350여 명을 모집했다. 영화 관람에 앞서 뮤지컬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할을 한 뮤지컬 가수를 초청해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서준희 BC카드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달 12일 CGV 청담 씨네시티에서 회사 임원, 실장, 여성 팀장 등 31명과 함께 단체 관람했다. 영화 관람 직후 서 사장은 “카드업계는 현재 온라인 결제 시장 개방화와 정보 보안 이슈 등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순신 장군께서 실천했던 것처럼 위기 발생 전 흐름을 먼저 읽고 한 걸음 앞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 경영진은 지난 말까지 전국 25개 영업점을 방문해 애로·건의 사항을 듣는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이순신 리더십을 실천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도 전국 지점장들과 ’명량‘을 함께 관람하며 “충무공의 리더십을 배워 위기극복의 선봉장이 되자”고 말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임원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이 행장은 관람 후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정신으로 민영화 완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은 손자병법에서 터득한 ‘미리 이겨놓고 난 후에 싸워야 한다’는 ‘선승구전’의 전략으로 가진 무기와 주어진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해 사전 계획을 짰고 승리를 거뒀다. 또열세와 두려움에 기죽은 부하들을 향해 ‘살려고 하면 죽기 마련이나 죽기로 각오하면 산다’는 ‘필생즉사 필사즉생’을 강조해 용기를 불어넣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금융권 CEO사이에서 ‘명량 신드롬’이 강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신세, 경제순위 하락과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 등 한국경제가 마주한 작금의 현실은 12척의 배를 이끌고 330척에 맞서기 위해 명량 바다로 나서던 이순신과 흡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직접 나서 명량 단체 관람을 추천하고 관련 기업정신을 언급하는 이순신 리더십 배우기가 번지고 있다”며 “그만큼 금융권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