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짝퉁부품으로 인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아예 시험 평가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납품됐다는 점은 물론 안전과 직결된 핵심부품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사고가 났을 때 비상 냉각시스템을 기동하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제어 케이블조차 짝퉁이었다니 자칫 대형사고를 초래할 뻔했다. 그나마 외부 제보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문제는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추가 조사과정에서 위반사례가 더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도 간헐적인 고장과 사고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그럴 경우 전력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혹시 원전의 운영·관리에 고질적인 비리 구조가 만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런 일이 쌓일수록 원전에 대한 불신은 높아가고 원전확대 정책에도 제동이 걸리기 마련이다. 원전부품 인증서에서 시험 결과까지 조작하는 나라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