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고객을 배려하라

  • 등록 2009-12-12 오후 9:33:00

    수정 2009-12-12 오후 9:33:00

[이데일리 EFN 송우영 객원기자]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국밥류, 분식류, 덮밥류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것도 4인용 테이블을 차지하는 것이 미안하고 또는 눈치가 보여 피크타임은 피하느라 끼니를 느지막이 챙겨먹기 일쑤다.

예전처럼 음식점은 친구들이 모여, 가족이 모여 특별한 날 찾는 곳이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방문하는 고객들보다 식사를 하기 위해,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은 그래도 타깃층이 가족고객일 수 있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지속되고 개인주의가 당연시 되는 사회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외식업계를 살펴보면 2인 고객들이 늘고 있고 혼자 식당을 들르는 고객도 있음을 오피스 상권에서는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 업소 마케팅 대신하는 5000원 보쌈정식 <보쌈집>

동일업종 실패 자리에서 자신감으로 시작

이은규 대표는 지난 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골목길에 <보쌈집>을 오픈했다. 매장 전면 유리창에 ‘점심 : 보쌈 + 된장찌개 =5000원’이라고 썼다. ‘보쌈정식이 5000원?’이라는 의문과 기대에 오픈 하자마자 점심시간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1985년 장안동에서 보쌈집을 20년 가까이 운영하다 접은 뒤로 4년 만이다. 당시 49.59m2(15평)로 시작해 6년 만에 옆 매장까지 터서 115.70m2(35평)로 확장, 운영해왔다.

30년전 청계천에서 자동차공업사를 하면서 밥과 술을 먹으러 다니던 할머니보쌈이 매장에 고객이 넘쳐나 매장도 늘리고 가맹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그곳 운영자에게 보쌈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이 대표는 보쌈집을 오픈하게 되었다.

저녁 장사 위주였던 그곳은 지금처럼 3~4가지 반찬도 내지 않은 말 그대로 보쌈 전문점이었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월급이 4만원이던 시절이다. 보쌈 2인분에 4000원으로 시작해 5년 전 문을 닫기 전에는 1만2000원을 받았다.

지금의 매장 자리도 보쌈전문점이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이었다. 그러고도 3개월 이상 비어있어 권리금도 없던 매장이었다.

이 대표는 보쌈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곳에 다시 보쌈집을 열었다. 메뉴는 김치보쌈, 배추보쌈, 생굴보쌈(이상 中 2만원, 大 2만5000원), 모둠보쌈(中 2만5000원, 大 3만원), 쟁반국수(1만원), 조개탕(8000원)이 전부다.

별다른 광고 없이 점심 보쌈정식 메뉴를 만들었다. 어차피 음식 맛은 먹어본 사람 입에서 다음 사람의 입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혼자 온 고객이라도 겸상 강요하지 않아

보쌈과 보쌈김치, 된장찌개 생선조림이나 양념게장 한 가지, 나물, 김치, 물김치 등으로 반찬을 구성해 점심정식 메뉴를 만들었다. 혼자 1인분만 주문했을 경우 식재비만 80%가까이 든다. 박리다매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

다행히 오픈 하자마자 11개 테이블에 많게는 120명의 고객이 점심시간동안 이곳을 방문했다.

지나가다 ‘점심 : 보쌈 + 된장찌개 =5000원’을 보고 “1인분도 되느냐?”라고 묻고 들어오는 고객도 제법 된다. 혼자 오는 고객에게 겸상을 권하지도 않는다.

홀 직원은 반찬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채워준다. 밥도 리필된다. 이 대표는 “나에게도 배고픈 시절이 있었으니 혼자든 여럿이든 편하게 들러 배부르게 먹고 갈 수 있는 음식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DATA 주소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25-12 전화 (02)511-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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