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지수는 8000선이 붕괴되며 5년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다우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80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0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주요 지수는 일제히 5~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씨티그룹이 특수목적법인(SIV)의 부실자산을 떠안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로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지며 금융주 하락을 주도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둘러싸고 이틀째 의회 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추락하며 지수에 하향 압력을 가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야후와의 인수 협상은 끝났다"고 밝히면서 야후도 급락, 기술주 하락을 이끌었다.
주택과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후퇴(recession) 우려도 고조됐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추락했고, 주택착공과 허가 건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미국의 경기후퇴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부추겼다.
보합권에서 출발한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방향을 굳힌 뒤 점차 낙폭을 키웠다. 특히 장 막판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모두 일일 최저점 수준에서 마감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7997.28로 전일대비 427.47포인트(5.07%)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86.42로 96.85포인트(6.53%)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806.58로 52.54포인트(6.12% ) 밀려났다.
국제 유가는 재고증가와 수요둔화 전망으로 나흘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77센트(1.4%) 하락한 53.62달러로 마감했다. 이로써 유가는 나흘간 7.9% 떨어졌다.
◇`금융주 추락 어디까지`..씨티-골드만↓
다우 구성 3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세로 마쳤다.
씨티그룹(C)은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로 23.4% 떨어졌다. 이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이로써 씨티그룹 주가는 1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해 12월 SIV의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490억달러의 SIV 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IV 자산을 지속적으로 처분해 왔으나 이번에 남은 자산 174억달러를 직접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자산 매입을 위해 3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막삭스(GS)도 11% 급락, 상장 이후 최저가로 추락했다. 이로써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은 260억달러로 축소됐다. 이는 정점이었던 지난해 10월31일의 1050억달러(주가 248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밖에 JP모간체이스(JPM)가 11.4%, 모간스탠리(MS)가 14.8%, 뱅크오브아메리카(BAC)가 14% 각각 하락했다.
◇GM-포드-야후 `급락`
미국 1,2위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F)는 각각 9.7%, 25% 밀려났다.
몰락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빅3` 경영진은 이틀째 의회에 출석, 지원을 촉구했다.
야후(YHOO)는 20.9% 내렸다.
이날 스티브 발머 M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제리 양 CEO가 물러나기로 했다고 해도 야후와의 모든 인수 협상은 끝났다(done)"고 언급, 인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사상최대폭 하락`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추락했다. 경기후퇴와 맞물려 물가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1%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47년 이래 가장 큰 낙폭으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9%도 넘어선 하락폭이다.
국제 유가의 거듭된 하락이 주요 배경이 됐다. 10월 에너지 가격은 8.6% 떨어졌다. 휘발유 가격이 14.2% 급락했다. 모두 사상 최대 낙폭이다. 식료품 가격은 0.3% 올랐다.
◇10월 주택착공-허가 `사상최저`
미국의 10월 주택착공건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맞물려 주택시장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무부는 10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연율 79만1000채(계절조정)로 전월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59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이로써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지난 1년간 38% 떨어졌고, 주택시장의 정점이었던 지난 2006년초에 비해서는 70% 줄었다.
주택건설의 선행지표인 건축 허가건수는 더욱 부진했다. 전월대비 12%% 급감한 70만8000채에 그쳤다.
◇`美 경기후퇴 1년이상 지속`-FOMC 의사록
연준은 미국의 경기후퇴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공개한 10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완만한 위축(contract)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경기후퇴(recession)`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는 사실상 후퇴 국면이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은 아울러 "경기하강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위원들은 "경제 회복이 비교적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례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회복도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향후 수분기 동안 실질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위원들은 "경기둔화로 물가가 안정권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FOMC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1.6%에서 0~0.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2.8%에서 -0.2~1.1%로 낮춰잡았다.
실업률은 올 연말 6.3~6.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실업률은 7.1~7.5%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준은 3개월 전만 해도 실업률이 6%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내년 인플레이션률과 근원 인플레이션률은 각각 1.3~2%, 1.5~2%로 연준의 안심권 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12월16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