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상품들, 10년만의 무더위에 "대박" 비명

"더위야 물렀거라! 얼음조끼·얼음 방석·얼음 케이크 나가신다"
  • 등록 2004-08-07 오전 11:07:10

    수정 2004-08-07 오전 11:07:10

[조선일보 제공] “10년 만의 더위, 잘 만났다.” 얼음조끼·얼음머플러·얼음방석·얼음케이크…. 30도는 기본이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10년만의 불볕 더위’가 기세를 올리는 가운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더위 사냥에 나선 제품들이 제철을 만났다. 아이스팩을 넣은 조끼와 방석, 얼음조각을 이용한 선물 포장 등이 에어컨이나 선풍기로도 식지 않는 더위를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얼음조각 전문 회사 ‘아이스리’. 사장 이상효(33)씨가 얼음 속에 초콜릿을 넣고 하트 모양의 얼음조각을 만들고 있었다. 전시용으로 쓰는 얼음조각이 아니라 선물용이다. 한 20대 남성이 여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전달할 것이다. ‘아이스리’는 2002년부터 국내 최초로 꽃·초콜릿·반지·편지 등 선물을 얼음조각 속에 넣는 ‘얼음조각 선물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물을 넣을 공간을 비워두고 얼음조각 본체를 만든 다음, 그 공간에 선물을 담은 뒤 얼음조각 뚜껑을 덮고 봉합하는 방식이다. 이 사장은 2001년 특허를 출원했다. 이상효 사장은 “7월부터 주문이 밀려들어 한 달 내내 주말도 없이 매일 5시간씩 자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보다 주문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10~20개를 만들며 주문이 밀릴 때는 하루 300개까지 만든 날도 있다고 한다. 가격대는 5만~10만원대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이미 한 달치 주문이 꽉 차 있다. 이 사장은 장마가 끝나고 온도계 수은주가 올라가면서 얼음조각 선물 포장을 찾는 손님들 수도 늘고 있다고 했다. 젊은 연인 사이에 주고 받는 게 대다수이고 그 중에서도 남성이 여성에게 주는 경우가 70%다. “얼음조각 덕택에 쉽게 결혼 승낙을 받았다”는 이윤훈씨(지난해 결혼)처럼 얼음조각 선물을 이용한 특별 이벤트로 프로포즈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사장은 말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 생일 축하 선물로 주문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얼음 케이크 한 달치 예약 차 있어 얼음조각가인 이상효 사장은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졸업 후 1995년부터 신라호텔에서 행사용 얼음조각을 만들다가 회사를 차렸다. ‘아이스리(Ice Lee)’라는 회사 이름은 그가 대학 다닐 때 조각 재료로 얼음을 즐겨 사용해 얻은 별명을 그대로 쓴 것이다. 그는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꽃·선물 등을 얼음조각에 담아 만들어줬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자 아예 사업 아이템으로 살린 것이다. 이 사장은 “올 여름이 유난히 더울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 다양한 얼음조각 디자인을 만드는 등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많이 쓰이는 하트 모양뿐 아니라 와인병·책 모양 등 다양한 얼음조각 디자인을 개발했다. 주문자가 디자인·얼음 보존기간·희망날짜 등을 알려주면 아이스박스에 담아 퀵서비스로 전달하는 서비스도 확충하고 있다. 또 얼음으로 만든 냉면 그릇을 만들어 근처 음식점에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호주 등 외국 사업가들로부터 현지 진출 등 사업 제의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멀게만 느껴졌던 얼음 조각을 실생활에 연결시킨 이 아이디어가 더운 날씨와 맞물리면서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서는 더위가 계속되면서 열대야 상품을 비롯한 더위 퇴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모기장 텐트, 돗자리, 휴대용 모기퇴치밴드 등 ‘열대야 극복상품’이 매일 3000여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9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죽부인·대자리 등 죽제품과 얼음 방석, 얼음 스카프 같은 냉매를 이용한 제품은 매일 2300개씩 팔려나가 지난해 7월보다 100% 정도 늘어난 매출량을 기록했다. 얼음 조끼 주문량 예년의 2배 넘어 ‘얼음조끼’ ‘얼음머플러’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 ‘제이콜렉션’도 몰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다. 이들 제품은 조끼와 머플러 속에 특수 냉매가 들어있는 아이스팩을 넣어 더위를 식혀주는 상품. 이 회사 오재영 사장은 “얼음조끼의 경우 보통 1년에 2만벌을 만들어도 다 못 파는데 올해는 추가 생산으로 모두 4만벌을 만들었는데도 주문이 밀려 있다”며 “기한 내 납품할 수 없어 이미 7000만원어치(2000여벌)를 환불했다”고 말했다. 매일 밤 10시까지 공장을 돌려도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주문량을 다 대지 못한다는 것. 오 사장은 “반품된 것이라도 가져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올해 여름이 더울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기존에 만들었던 제품의 기능을 보완하는 작업을 올 초부터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오 사장에 따르면 이 회사가 만든 얼음조끼는 1995년부터 3년 동안 연구 개발 끝에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에 성공하고 특허도 냈다. 아이스팩이 여러 겹의 단열층을 형성해 외부 열은 차단하고 내부의 냉기는 오래 보존해 사람 몸을 시원하게 만든다는 원리다. 아이스팩을 얼려 조끼 속 주머니에 넣으면 돼 사용법도 간편하다. 오 사장은 올 여름을 대비, 아이스팩 주위에 이슬이 맺히지 않게 하는 기술을 보완하고, 그동안 4~5시간 동안 냉각 효과가 지속됐던 아이스팩을 8시간 동안 지속되도록 만들었다. 무게도 기존 제품(1.5㎏)보다 가벼운 1㎏으로 낮췄다. 일본 등지로 1만벌 정도를 수출한다고 한다. NASA 기술 활용 ‘에어컨 정장’도 등장 이 회사에서 2년 전부터 생산하고 있는 얼음머플러의 경우 아이스팩이 얼면 딱딱해져 목에 차기 불편했던 것을 얼지 않는 아이스팩을 개발, 편리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해 얼음머플러 매출액은 지난해의 4배 수준이다.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만들어 들여오는 ‘얼음방석’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방석 내 특수 냉매를 넣고, 주위보다 온도를 5도 정도 낮춰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오 사장은 “그동안 공장이나 건설 현장, 농민 등 폭염 속에 더위와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올들어서는 레포츠를 즐기는 개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주문이 몰려 좋았지만, 주문은 몇 만 벌씩 밀려 드는데 생산량은 한계가 있고, 납품하지 못해 신용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더운 여름에 양복을 입어야 하는 샐러리맨들을 겨냥해 기능성 소재를 사용, 시원함을 느끼게 만든 정장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코오롱패션이 내놓은 ‘실버에어컨26 수트’는 외부 온도가 상승하면 열을 흡수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성 옷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미국 항공우주국이 우주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첨단 기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람 몸에서 열이 나면 옷의 어깨와 가슴 부분에 삽입된 기능성 마이크로캡슐 입자가 열을 빼앗고, 시원한 곳에 들어가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캡슐이 흡수했던 열을 발산해 섭씨 26도를 유지한다. 코오롱패션 마케팅 담당 임정식 과장은 “시원하면서도 가볍고 항균 작용까지 하는 은소재를 사용,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제품을 개발해 올 여름을 준비했다”며 “실버에어컨수트는 일반 제품보다 10~20% 정도 비싸지만 7월 둘째 주 현재 이미 지난해 판매량을 돌파, 불황임을 감안하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실버플러스라는 은사(銀絲)를 사용, 텐트 속 체감 온도를 섭씨 2도 정도 낮춰주는 ‘에어컨 텐트’를 내놓았다. 은 성분이 갖고 있는 태양열 차단·반사 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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