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난 진퇴양난이야. 짤렸다고….”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의 시대상을 반영한 음울한 분위기의 연극 무대. 60년이 넘는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 박근형(84)이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위기에 빠진 늙고 지친 세일즈맨 역으로 분해 명연기 향연을 이어간다. 약 3시간 동안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연기 열정을 발휘한 그의 모습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감탄한다.
|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의 한 장면(사진=쇼앤텔플레이, T2N 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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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은 관록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지난 7일 개막 후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형과 손병호(62)가 윌리 로먼 역을, 손숙(80)과 예수정(69)이 그의 아내 린다 로먼 역을 번갈아 연기하고,윌리 로먼과 불화를 겪는 큰아들 비프 로먼 역에는 이상윤(43)과 박은석(40)을 더블 캐스팅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가부장적인 아버지 윌리 로먼이 대공황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직업을 잃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연극 비평가상을 석권한 20세기 미국 연극계의 거장 아서 밀러의 1949년 발표작을 원작으로 한다. 냉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도피하려고 하는 주인공 윌리 로먼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인간이 겪는 소외와 외로움을 조명한다.
|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의 한 장면(사진=쇼앤텔플레이, T2N 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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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했던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반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주연 배우 중 박근형과 예수정은 또 한번 같은 배역을 맡아 무대를 빛내고 있다.
연출가가 신유청에서 김재엽으로 바뀌면서 무대 구성과 연출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관극 포인트다. 김재엽 연출은 “원작이 가진 깊은 메시지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자 했다”며 “고전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3월 3일까지다. 서울 공연이 끝난 후 부산과 대구에서도 공연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