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로봇청소기들의 공통점은 전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국내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입지가 견고해 ‘외산의 무덤’이라고 불려 왔으나 로봇청소기 시장은 이례적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다. 중국 로봇청소기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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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로보락이 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25%로 지난해 말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점유율 격차를 10%포인트로 줄였다. 삼성전자가 같은 달 출시한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스팀 로봇청소기’의 판매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LG전자도 올인원 로봇청소기 출시 일정을 막바지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모두 갖춘 일체형 제품을 일컫는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로봇청소기에 물걸레 기능을 넣을 경우 성능이 떨어지거나 악취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분리형 제품만 출시해 왔다.
그 사이 중국 기업들은 일체형 제품으로 한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272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절반은 로보락이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국내에 진출한 로보락은 매년 2배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로보락 외에도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빅3’ 기업이 일제히 한국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관련 기술개발에 속도를 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고 로봇 제조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했다. 덕분에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드론이나 자율주행차에 사용하는 첨단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하는 등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중국 제품은 잔고장이 많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벗고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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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경영 행보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로봇청소기의 기술 보완을 고심하는 동안 중국 기업들은 발 빠르게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기업이 제품 출시 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과 달리 중국 기업은 ‘일단 내고 보자’며 밀어붙이는 전략을 취해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삼성과 LG는 올해 일체형 로봇청소기 제품으로 안방을 되찾는다는 포부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도 맞불을 놓고 있어 전망은 미지수다. 로보락은 지난 4월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를 출시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제품 론칭 간담회를 개최했다. 외산 브랜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사후관리(AS) 센터도 기존 18곳에서 올해 352곳으로 대폭 늘렸다. 하반기에는 국내 첫 광고모델도 기용해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에코백스는 올해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달엔 ‘디봇 T30 프로 옴니’ 등 신제품 4종을 선보였으며 프리미엄은 물론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드리미도 이달 신제품 ‘X40 울트라’를 공개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로봇청소기 제품군을 완성하며 추격에 나섰다”면서도 “중국 기업들도 국내 시장의 수요를 확인한 만큼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선 로보락이 1위지만 에코백스와 드리미도 국가별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업체들인 만큼 국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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