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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동산 매매 업계에 따르면,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사고 주택을 매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심리적인 불편’이다. 앞서 들었던 A씨가 전형적인 사례다. A씨는 자신이 사는 집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계약 취소를 주장했다. 누수, 단전, 균열 등 주택에 물리적인 하자는 전혀 없었다. 사실 거주 여건만 두고 보면 사고 주택의 하자를 인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살인 등 강력범죄가 발생한 공간에서 주거하는 것이 주거 평안을 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가 발생했으니 치안이 불안하다는 정도라면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일 수 있으나, 계약을 아예 무효로 할 수준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하자가 전부는 아니라는 데에 주택 시장 거래 당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결국 소송까지 낸 A씨 사건을 맡은 법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지난 주택에서 거리낌 없이 일상을 생활하면서 편하게 거주하기란 일반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거 공간의 기억이 하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 거래의 매도자는 상대방이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면 사안이 있으면 고지할 의무가 있고, 어기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사고 주택을 거래해본 공인중개사는 “매도자 자신이 매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 쉽게 답이 나온다”며 “그러나 쉬운 답을 어렵게 만드는 게 매도자의 심리”라고 말했다.
싸서 샀는데 훗날 소유권 분쟁
사고 주택은 ‘소유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1년 1월 인천에 집을 산 C씨 사례를 들 만하다. 소유권 등기를 마친 직후 ‘소유권 등기를 취소하라’는 소송에 휘말리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게 발단이었다. 소유자이던 범인은 피해자 유족에게 거액을 손해배상할 처지가 되자 자산을 처분해 재산을 빼돌리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C씨에게 집을 급매로 저렴하게 팔아버린 것이다. 결국 C씨는 매매대금 가운데 40%인 7000만원 가량을 유족에게 돌려줘야 했다.
물론 앞서 두 사례의 매수자는 모두 매도자에게 소송을 내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를 배상을 여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집을 팔아넘긴 이들은 현재 감옥에 갇혀 있어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다.
매수자는 ‘정보 비대칭’ 극복 못하는 구조
대법원 판례에서도 보듯이, ‘매수자가 알았더라면 거래하지 않았을 사안’은 매도자가 가장 잘 안다. 그러나 매도자에게 항상 선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물을 처분하고자 소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거래 시장에서 매도자는 매수자보다 정보의 열위에 놓이는 비대칭 구조여서 극복하기 쉽지 않다.
수십 년 경력의 공인중개사는 “매도자가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중개사나 매수자는 집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며 “매도자에게 매도 이유를 자세히 묻지 않는 것이 외려 속 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