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출산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부영그룹의 통 큰 행보에 재계는 물론 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그룹은 최근 아이를 낳은 직원 70명에게 아이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앞으로도 출산장려금 지급을 계속할 계획이다. 세 번째 자녀까지 낳는 경우에는 출산장려금과 영구임대주택 무상 거주권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인천시가 출생아가 18세가 되기까지 출산의료비·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총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여럿 있지만 기업이 출산 유도를 위해 이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부영그룹은 이번 출산 지원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무 처리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출생아의 부모인 직원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그 돈이 소득으로 잡혀 40%에 가까운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억원까지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증여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소득으로 처리하는 경우와 달리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그만큼 회사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만 이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세법 아래서는 아무튼 많은 세금을 내야 하니 장려금 효과가 약화되는 셈이다.
부영그룹의 시도가 다른 기업들로도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의미는 작지 않다. 빠른 확산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인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힘쏟아 온 지 오래다. 이제는 웬만한 대기업들마다 모두 사회공헌 전담 부서까지 두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나라의 미래에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 저출산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것만큼 효과적이고 가치도 큰 사회공헌은 없을 것이다.
차제에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의 출산장려금 지급에 비과세나 면세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속히 논의해 주기 바란다. 출산장려금을 소득에서 공제하거나 기부금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출산 지원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