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마트 직접 방문해 물가 점검…발로 뛰며 고민하는 '모범생 차관'[차관열전]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취임하자마자 '오염수' 밤낮없이 고민하며 대응
해수부 경험 없지만 현안 단번에 파악하는 '브레인'
현장 중요성 강조…가족들과 수산시장 방문까지
후배 아끼는 공직 선배…"운동장 넓게 써라" 조언도
  • 등록 2023-11-21 오전 5:00:00

    수정 2023-11-21 오전 5:00:00

차관의 사전적 정의는 ‘소속 장관을 보좌해 소관업무와 공무원을 지휘하는 정무직 공무원’입니다. 정무직이면서도 실질적인 행정적 업무도 수행하기에 안팎살림을 모두 맡고 있지만, 장관의 그늘에 가려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데일리는 아직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각 중앙행정부처의 차관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우리 해역 수산물 안전 관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지난 6월 29일 윤석열 정부 첫 번째 개각에서 발탁된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취임하자마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마주했다. 당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가 당시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매일같이 브리핑을 열기 시작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王차관’ 우려 컸는데…현안 파악하고 늘 고민하는 ‘모범생 차관’

박 차관은 취임 후 충분히 업무보고를 받을 새도 없이 7월 4일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매일같이 오염수 방류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우리 해역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해수부 내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이 끝난 뒤 집에 가서도 어떻게 하면 더 국민에게 메시지가 잘 전달될지 머릿속으로 ‘오답노트’를 그려보기도 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시장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가족들과 직접 노량진수산시장에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등 늘 자신에게 주어진 ‘해역 안전성 관리’와 ‘어업인들 피해 최소화’라는 숙제에 대해 고민한 모범생이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모두 패스한 ‘브레인’인 만큼 업무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에 대한 소문도 자자하다. 초반에는 대통령실에서 바로 내려온 ‘실세 차관’으로 불리며 해수부 업무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는데, 업무보고를 한 번 다녀온 실무자들은 하나같이 “누구보다 빠르게 부 현안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 차관 역시 자신이 ‘실세 차관’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대신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고 한다. 취임 후 처음 기자실에 방문했을 때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오히려 업무를 타이트하게 하고, 국정기조에 맞는 부처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더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양수산부 박성훈 차관이 16일 세종시 이마트 세종점에서 수산물 민생물가 현장점검을 하며 천일염의 가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치솟는 먹거리 물가 안정이라는 숙제와 씨름하고 있다. 지난 2일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된 박 차관은 ‘물가안정대응반’을 구성해 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과 천일염 등 7개 품목의 물가상황에 대해 매일같이 보고받는다. 여기에 더해 얼마 전부터는 CJ제일제당 등 천일염 관련 식품기업을 포함해 10여 국내외 식품기업의 주가 동향까지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박 차관은 현장에서 “현재 최대 현안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과 물가 안정”이라고 늘 강조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장 방문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수산대전을 하면 수산물이 실제로 최대 60%에 할인돼 팔리는지를 직접 가서 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명태와 고등어 비축 수산물 점검을 위해 부산 물류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롯데마트 서울역점, 하나로마트 양재점, 홈플러스 영등포점, 이마트 세종점 등 매주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마트에 방문하면 ‘전통시장과 가공업체도 가 보자’며 실무진에게도 숙제를 내주는 열정이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일까. 최근 수산물 가격은 일부 품목을 빼면 안정세다. 특히 오염수 방류 이후 사재기 조짐이 보이며 올해 여름 1만4000원대까지 급등했던 천일염 가격은 17일 기준 1만962원으로 1년 전(1만1937원)보다 9%가량 내렸다. 전체 수산물 물가상승률 역시 올해 2월 전년동월 대비 8.3%까지 올라갔다가 지난달 3.0%으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우리 수산식품 수출 활성화와 실질적인 기업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수산식품 수출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해수부)
외모·스펙·능력 ‘다 가진 자’…공직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도

박 차관은 행정고시 37회와 사법고시 43회를 모두 합격한 인재로, 기획예산처 사무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현재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 김성욱 기재부 대변인 등과 모두 37회 동기다. 김병환 차관과 김성욱 대변인과는 같은 부산 출신으로 친분이 깊다고 한다. 관료 출신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등 다양한 경험과 정무적 감각도 갖추고 있어 해수부의 주요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줄 적임자라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관가에서는 수려한 외모와 업무 능력을 모두 갖춘 박 차관을 ‘럭셔리 박’, ‘다 가진 사람’이라고 부른다.

취임하자마자 오염수 현안과 맞닥뜨린 박 차관은 곧바로 오염수 리스크와 관련된 괴담에 실시간 대응하는 소규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국민 불안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 부서에서 이슈가 나올 때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TF에서 총괄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차원이다. 올해 8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방사능 검사인력을 56명으로 81명으로 확대한 것도 박 차관의 의지다.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조직 구성과 인력 확충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기에 본인이 직접 발로 뛰며 조직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공직생활을 경험한 만큼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깊다고 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박 차관이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많아 회의를 하면 본인의 인생과 공직 생활을 돌아보며 조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무관 등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고 한다.

MZ세대 공무원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해수부 내 2030 사무관과 주무관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확대 개편해 후배 공무원들에게 조언을 얻는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박 차관은 2030 공무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 입직 전 생각과 날 것 그대로의 아이디어를 공유 받고 싶다”라며 “자신의 업무만 볼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생각하고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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