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신중한 모습이다. 10월 수출이 작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출이 연말까지 단기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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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이 550억9000만달러(통관기준 잠정치)로 전년동기대비 5.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10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0.5일 적었다는 걸 고려하면 실질적 증가 폭은 이보다 더 크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26억2000만달러로 전년대비 7.6% 증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작년 10월부터 1년째 이어져 온 수출 마이너스 흐름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절대적인 수출액도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억5000만달러를 넘겼다.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 데 힘입은 결과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89억4000만달러)이 3.1% 감소하는데 그쳤다. 아직 플러스 전환은 아니지만, 바닥은 찍은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만 해도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대비 40% 감소하는 등 극도로 부진했다.
여기에 자동차 수출액(58억8000만달러)도 19.8% 증가해 16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제품 수출(52억7000만달러)도 18.0% 늘었다. 이밖에 일반기계(43억2000만달러), 선박(28억3000만달러), 디스플레이(20억9000만달러), 가전(6억6000만달러) 등도 전년대비 큰폭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6월 이후 5개월째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였다. 10월 수입액(534억6000만달러)이 9.7%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상승 흐름에도 에너지 수입액(119억9000만달러)은 22.6% 감소했다. 지난해 급등했던 가스·석탄 가격이 크게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올 4월 감산 효과로 국제 시세가 반등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더디지만 조금씩 경기를 회복하고 있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크게 확전하지 않는다면 조금씩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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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월의 수출 반등이 기조적인 수출 회복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초 발발한 이-팔 전쟁이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겨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한다는 신호를 줘야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IT 투자가 늘고 우리의 주력인 중간재 수출이 늘어날 텐데 아직 그런 신호는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 부진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10월 수출실적만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블록화도 우리 수출의 불안 요인이다. 우리가 핵심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 특정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우리 수출에 끼치는 긍정적 효과가 제한되리란 분석도 나온다.
윤용준 한국은행 국제무역팀장은 “우리는 글로벌 무역 환경의 블록화와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충격이 큰 편”이라며 “주요국의 조치에 따라 우리 수출액은 글로벌 교역량 위축(2~4%) 정도보다 많은 3~10%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