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가 부도 위기를 겪으며 신용등급이 잠재적 디폴트(SD)까지 추락했던 그리스의 턴 어라운드는 ‘극적’이다. 극심한 재정난 속에서도 선심성 퍼주기가 만연한 탓에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206.3%(2020년)까지 치솟는 등 회생 불능 딱지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등으로부터 총 2900억 유로의 차관을 끌어다 쓴 후 2018년 구제금융에서 벗어났지만 유로 존 위기의 근원지 낙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정크 딱지를 뗀 힘은 고강도 개혁을 앞세운 친시장정책이었다.
그리스의 변신은 잠재성장률이 15년 연속 추락 중인 한국에 살아 있는 교과서다. 국제 금융계가 한국의 정부,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지극히 우려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한 투자, 구조 개혁 대신 세금 퍼주기에 올인하고 있어서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복지·보건 분야 의무지출이 2027년 최대 2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도 야당은 긴축 기조의 예산안에 다리를 걸고 있다. 한국 경제를 병자로 만들 심산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