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만든 '50만 가짜 비정규직'의 그늘[기자수첩]

2019년 79만명 기간제 폭증…文정부“50만명은 과장”
사실 여부 확인 과정 없어…고용부도 변명 거들어
만일 50만명 진짜 였다면…비정규직 격차 해소 기회 놓쳐
  • 등록 2023-10-20 오전 5:00:00

    수정 2023-10-20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일부터 나와서 일하시면 됩니다.”

5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통계청 건물 내부 모습.(사진=연합뉴스)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구두로 근로계약을 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지 정하지도 않는다. 근로자들 중에는 자신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기간제인지, 파견직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얼마나 많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이 화제다. 그중에는 비정규직 통계 조작 의혹도 있다. 딱 4년 전인 2019년 10월 통계청은 기간제근로자가 전년 동월 대비 79만명이 늘었다는 통계를 내놨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충격적인 결과에 당시 정부는 조사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이전까지는 ‘직장에서 고용계약 기간을 정했습니까?’라는 물음에 ‘정했다’라고 답해야만 기간제로 분류됐다. 그러나 2019년부터 국제 기준이 바뀌면서 ‘정하지 않았다’라고 답한 사람들에게도 ‘고용 예상 기간은 얼마입니까?’라고 묻기 시작했고, 이 질문으로 인해 자신을 기간제로 인식한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이유를 들어 79만명 중 최대 50만명은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새로 기간제로 답한 사람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었다. 그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에 대한 변명 찾기에 급급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변명을 거들었다. 근로자 개개인이 아닌 사업체에 물어본 조사와 고용보험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도 기간제의 폭증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변명으로 이렇게 50만명은 ‘가짜 기간제’가 됐다.

만약 50만명이 ‘진짜 기간제’였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기간제가 정말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면, 그래서 정부가 변명을 찾기보다 실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무엇이 바뀌었을까.

어쩌면 기간제 처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더 기울였을 수 있다. 비정규직 격차 해소 문제의 해법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도 있었다. 조작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을 부르고, 그 폐해는 모두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정책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가리려는 꼼수 대신, 통계에 대한 신뢰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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