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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해보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지분의 77%를 보유한 대주주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되파는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매각 절차 돌입 시기에 대한 이견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서 롯데손보의 매각가로 2조7000억~3조원 수준이 거론되자 “고평가됐다”는 의견과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먼저 ‘고평가 논란’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현재 롯데손보의 시장지위가 미흡하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중소형 손해보험사로 효율화 작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시장 점유율이 낮은 데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은 2.5%에 불과하다. 기업 가치를 비슷하게 평가받는 한화손해보험(6.6%), 농협손해보험(4.5%), 흥국손해보험(3.5%)에 비해 낮은 수치다.
그러나 과거 수년간 성적 그래프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 점을 고려하면 3조원에 달하는 매각가엔 여전히 물음표가 찍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최근 M&A 시장에 나온 ABL생명, KDB생명이 2000억~3000억원대의 매각가로 거론되는 것과 비교해도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롯데손해보험의 자기자본, 보험계약마진(CSM) 등 상반기 실적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단순하게 가정해 산출해 본 결과, 대략적인 가격은 1조2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거론되는 예상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보험사 인수 사례와 비교해도 매각가가 높다는 평도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최종 인수안을 6450억원으로 확정했다. 인수 대상은 당시 구본상 부회장 등 대주주 8인이 보유한 주식 지분 19.47%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던 LIG손해보험이 6400억원대에 팔렸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손보의 예상 매각가격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당시 LIG손보는 손해보험업계 순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로 꼽혔었다.
“현재+미래가치에 롯데 프리미엄 포함하면 적정”
올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순자산이 현재 보험사 체력을 증명한다면, 미래 예상 이익은 CSM이 보여준다. 이 순자산과 CSM을 더한 값으로 보험사 가치를 대강 추산해볼 수 있는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롯데손보의 순자산과 CSM은 각각 1조4511억원, 1조9634억원을 기록했다. 단순 더해 계산해보면 3조44145억원이 나온다.
JKL파트너스가 보험 포트폴리오 질적 개선에 공을 들인 결과다. 롯데손보는 최근 몇 년간 CSM에서 질 좋은 매출로 인식되는 보장성보험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손해보험의 장기보험 및 연금보험 상품 비중은 2019년 71.6%에서 2023년 3월 기준으로 88%대까지 올랐다. 해당 비중 추이는 2020년 78.3%, 2023년 83.8%, 2022년 88% 등 꾸준한 우상향세다.
‘롯데 프리미엄’도 변수로 꼽힌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을 사들일 당시 롯데 계열사의 퇴직연금 물량을 5년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이 현재 가지고 있는 롯데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과 기업보험 물량을 유지할 경우 프리미엄이 상당히 붙을 수 있다”며 “JKL파트너스가 인수 후에 순익 성장, 효율화 작업에도 성공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는 인수자가 나타나면 2조 이상의 매각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