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경북과 충남, 전북 등 일부 지방은 내년 상반기 전세 두 채 중 한 채는 ‘깡통전세(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진 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깡통전세는 역전세 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집값 하락폭이 컸던 지방을 중심으로 대규모 발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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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데일리가 주택도시금융연구에 수록된 ‘전국 아파트 깡통전세 발생률 전수 조사’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내년 상반기 경북과 충남의 깡통전세 추정치는 각각 50.9%, 49.5%에 달했다.
이는 집값 하락 폭이 올해보다 20%대 이상 하락했을 때를 가정한 것으로 추정한 결과다. 깡통전세 추정치 40%를 넘는 곳은 전북(48.4%), 울산(46.6%), 경남(43.4%), 충북(43.1%) 등으로 전국 시·도·광역시 가운데 6곳의 전세 10채 중 4채 이상이 깡통전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올해 하반기도 문제다. 그간 집값 하락폭이 컸던 대구는 올 하반기 깡통전세 추정치가 44.0%에 이르렀다. 올 상반기 27.3%에서 16.7%포인트나 뛰어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동대구역센트럴시티자이 전용 112㎡는 지난 2021년 말 7억9000만원까지 올라 거래됐지만 올해 5억1000만원대까지 하락하며 28% 이상 하락했다.
그나마 집값 하락폭이 전국에서 가장 작은 서울도 깡통전세 비중이 내년 5.4%로 올 하반기 추정치 4.2%보다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도 올 하반기 12.5%에서 내년 상반기 16.3%로, 인천은 17.3%에서 23.0%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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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철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집값 하락폭이 컸던 대구는 2023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에 비해 2023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은 잠재적 주택가격 하락에 노출될 시간이 길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대구는 최근 매매시장의 가격 조정보다 임차시장의 가격 조정이 더 급격하게 이뤄져 전세가율이 낮아진 상태에서 전세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건은 올 하반기 만기 도래 건보다는 위험이 많이 늘지는 않으리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깡통전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역전세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깡통전세, 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남아 있는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지난 4월 52.4%(102만6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규모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1~5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반환 대출은 약 4조 693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4968억원과 비교해 34.2%(1조 1966억원) 증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가 몰리는 일부 지역은 전셋값 하락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며 “내년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전세시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가 꽤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