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일본 축제를 보면 가마를 메고 ‘왓쇼이’라고 힘찬 구령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옛날 한반도에서 온 문화사절단이 ‘왔소’라며 도착을 알리던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일본 천왕의 부탁으로 방문한 왕인 박사를 환영하는 행사는 가는 곳마다 매우 성대하게 열렸다.
|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사천왕사 왓소’ 축제 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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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교류와 관련된 축제는 양국에서 만날 수 있다. 우선 오사카에서 열리는 ‘사천왕사 왓소’ 축제는 1990년부터 시작됐으며, 왕인 박사를 비롯해 일본에 문물을 전한 여러 ‘도래인’들의 행차를 맞이하는 장면을 재현한다. 고대인 복장을 한 약 4000명의 참가자들이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이는데 이를 구경하는 인파가 코로나19 이전에는 46만 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절단의 도착 모습을 재현하는 퍼레이드, 일본에 논어와 한자를 전한 백제의 왕인 박사를 주제로 한 미니연극 등이 주요 행사다. 올해는 오사카 나니와 궁터에서 11월 5일 개최될 예정이다.
| 왕인문화축제 퍼레이드 장면 (영암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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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왕인문화축제’가 대표적이다. 일본 아스카 문화의 시조로 여겨지는 왕인 박사의 탄생지인 영암에서 개최되는 축제다. 올해 ‘K-컬처의 시작, 왕인의 빛’을 주제로 한 ‘2023 왕인문화축제’는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오는 30일부터 4일간 열린다. 6개 부문 57종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무엇인지 우승희 영암군수에게 물었다. 우 군수는 4월 2일에 열리는 ‘K-레전드, 왕인의 귀환’ 퍼레이드를 꼽았다. 기존에는 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백제의 문화를 전파했던 콘셉트였지만, 이번 축제에서는 박사가 현대로 귀환하는 내용을 담는다. 퍼레이드는 왕인 박사가 도일할 때 배를 탔던 상대포를 시작으로 고향 구림마을을 지나 왕인박사유적지 내 영월관 광장으로 들어오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설의 귀환을 보여주는 행사인 만큼 기대도 크다.
우승희 군수는 “예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는 왕인 박사의 행차를 재현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영암에 귀환하는 형태로 바뀌게 돼 색다른 축제가 될 것”이라며 “축제가 열리는 동안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풍성하게 즐기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축제에서는 일본에 문자를 전한 왕인 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왕인박사 학술강연회’, ‘천자문·경전 성독대회’ 등 학술 프로그램과 모든 참가자가 천자문·문자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