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몇몇 관람객들이 자신들의 동선에 따라 시시각각 색깔과 모양이 변하는 디지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시장 3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그물망 복합체’. 관람객을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의 세계로 초대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미구엘 슈발리에가 국내 관람객을 찾아왔다. 내년 2월 11일까지 열리는 ‘디지털 뷰티’는 슈발리에의 갤러리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다. 아라아트센터 5개 층을 활용해 14개의 설치 작품과 드로잉, 다큐멘터리 등 총 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총괄기획한 성상희 틴랩 대표는 “아이들의 경우 가르쳐주지 않아도 인터랙티브 작품을 즉각적으로 알아보고 즐기는 경우가 많아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며 “5층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프랙탈 플라워’ 등을 볼 수 있는 상설전시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미구엘 슈발리에의 ‘그물망 복합체’(사진=아라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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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슈발리에는 ‘가상예술과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컴퓨터, LED 화면, 3D 프린팅 조형물, 홀로그램, VR 등 미디어와 관련된 소재를 집중적으로 활용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2022년에는 문화 예술분야에서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수여하는 문화예술훈장을 받았다. 에르메스, 삼성전자, 바쉐론 콘스탄틴, 페리에 주에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작품도 선보였다.
국내에서의 첫 개인전은 2021년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열린 ‘디지털 심연’이었다. 심해 해양 동식물을 주제로 인간과 인공 생명체에 대해 위트있게 풀어낸 전시는 당시 32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전시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작품 관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500개의 강철 막대와 UV 라이트로 구성된 ‘라이좀’은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계단을 내려가며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예술과 로봇 예술이 결합한 ‘어트랙터 댄스’도 눈길을 끈다. 5개의 관절형 로봇팔이 쉴 새 없이 드로잉을 하는데 벽면에는 드로잉으로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미구엘 슈발리에의 ‘매직 카페트’(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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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 줄기’는 작가가 몰두했던 자연과 프랙탈(Fractal·기하학적 도형) 연구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비현실적인 색채의 그래픽 모양이 나뭇가지나 나무뿌리, 혈관, 신경망을 연상시키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말미에는 ‘디지털 무아레’와 ‘매직 카페트’를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무아레’는 1950~60년대 옵아트(op art·착시 효과를 이용한 추상 미술의 한 흐름)를 재현한 14m 높이의 작품으로 기하학무늬의 그래픽이 화려하게 빛난다. 바닥에 설치된 ‘매직 카페트’는 픽셀, 2진법,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수천 개의 상징적 모티브와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성됐다. 카페트를 밟는 순간 벽돌 모양의 카페트가 갈라지기도 하고, 수많은 컴퓨터 전원 스위치 모양이 발자국을 형성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찰’이다. 붓 터치 대신 ‘픽셀’을 주요 개념으로 전개되는 작품에는 자연과 인공, 흐름과 연결, 가상 도시 등이 담겨있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슈발리에는 “오늘날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담아내고 싶었다”며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미구엘 슈발리에의 ‘어트랙터 댄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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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구엘 슈발리에의 ‘프랙탈 플라워’를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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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구엘 슈발리에(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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