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를 담은 펀드가 석 달 새 30% 치솟았지만 온기가 여전하다. 국내 증시와 미국 금융주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무엇보다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뜨겁다. 금리 하락·경기 침체 우려마저 식혔을 정도다. 외국인과 기관이 연말연초 은행주를 대거 사들이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점차 현실화되면 주가는 또다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통해 금융산업 전반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은행주 저평가 해소에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펀드(국내)는 18일 기준 3개월 새 30.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8.09%)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금융주를 담고 있는 금융펀드(해외)도 같은 기간 10.98%를 기록해 수익률 격차가 크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가 국내에 도입되고 대형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초부터 주주환원 강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금융당국과 기관투자자, 금융업 애널리스트 간담회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배당에 대해 완화적 발언을 했고 주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발표 시점에 국내·외국계 증권사들을 불러 모아 시장 친화적인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발표 이후 고객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팀 부장은 “일반적으로 은행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와 부동산 정책 완화 등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며 “다만 최근 금리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를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상쇄시켰다. 시장 전반의 주주환원 메시지가 개인투자자 증가 추세와 여론에 힘입어 확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얼라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이창환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주가는 덜 올랐고,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가시화된 직후 더 크게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조만간 은행주들의 주주명부를 받아 직접 접촉하고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에 대해 지분을 보유한 글로벌 기관 100여 곳 이상이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배당으로 인해 은행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데, 배당을 해서 대출 성장률을 줄이면 오히려 덜 부실해질 것”이라며 “은행은 배당주이기 때문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이 2배 늘어나는데 여전히 건전하고 시가 배당수익률이 똑같이 유지된다고 하면 주가는 2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 오른 것은 기대감만 반영된 것이고 실제 금융지주들의 발표 이후엔 60~70%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수진 부장은 “배당정책은 기업의 안정적 실적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 금리나 환율 등 경기 여건에 따라 좌우되는 시황산업인 금융섹터의 투자 안정성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장기적으로 금융주 전반의 체질 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